은행 금리인하 경쟁 불붙었다…KB · 우리 · 카뱅 최대 0.7% p↓

유영규 기자 2023. 2. 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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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늘리면서 대출금리 자진 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정부와 여론의 '돈 잔치' 비판에 은행권이 부랴부랴 사회공헌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지원규모 부풀리기' 논란만 커지자 대다수 금융소비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로 급하게 대응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늘(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p)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세부 상품별로는 KB주택담보대출 금리(신잔액코픽스 기준)가 최대 0.3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대 0.55%포인트 인하됩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낮췄고, 올해 1월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각 최대 1.05%포인트, 1.30%포인트 인하했다"며 "그러나 고금리로 여전히 금융소비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책으로서 불과 3개월 사이 세 번째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당장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모두 4%대(연 4.286%·4.547%)로 내려왔습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최대한도도 각 기존 2억 5천만 원, 2억 원에서 3억 원, 2억 4천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고객의 이자 부담을 덜고 금융 혜택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한도는 늘렸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금리와 편의성을 바탕으로 포용금융을 실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오늘부터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실질 금리를 낮췄습니다.

은행은 지표금리(코픽스·금융채 등)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는 뺀 값을 각 대출자에게 최종 금리로서 적용합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각종 비용과 마진 등을 고려해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인데,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이 가산금리를 스스로 줄인 셈입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거래실적 등에 따라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에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에 0.20%포인트씩 늘렸습니다.

그 결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4∼6.24%로 낮아졌습니다.

이번 주 은행들의 이런 행보는 "사회공헌 확대"만 외치던 지난주와 비교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은행권은 15일 비상회의를 열고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이 실제로 출연하는 재원은 지난달 발표한 5천억 원에서 7천800억 원으로 2천800억 원 늘었을 뿐이고, 10조 원의 대부분은 보증 재원의 최대 15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이른바 '보증 배수' 효과로 채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공익 의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17일 "3년 후 금 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필요·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보증 배수로 추산된 공허한 대출 공급액을 홍보하기보다는 대출자들에게 실효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금리를 낮추고 예대금리를 줄이라는 의미인데, 결국 은행들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금리에 초점을 맞춰 행동에 나선 셈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년간 10조 원 공급'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은행권 대책은 사실 은행업계 내부에서조차 초점을 잘못 맞춰 정부나 여론을 달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결국 금리 인하가 여러 지적과 비판에 은행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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