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가 공실" 지식산업센터 골칫덩이 전락

정영희 기자 2023. 2. 2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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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분양시장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특히 입주 시점이 지나도 주인을 못 찾은 '준공 후 미분양'은 시공사·시행사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져 할인분양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계약자와의 대립이나 법적 분쟁 등으로 확산될 공산도 크다. 과거에 할인분양을 진행한 아파트의 기존 계약자가 앙심을 품고 분신을 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분양 물량을 떨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 살포되는 분양(계약)촉진비(마케팅 비용)는 결국 건설회사에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향후 분양가 상승 등 간접 효과로 이어져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전가되고 사회적 손실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3일 방문한 경기 양주시 '한강 옥정 듀클래스1차' 지식산업센터 2층의 모습. 문 앞에 공실임을 알리는 '임대 문의' 전단지가 사무실마다 줄지어 붙어있다./사진=정영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강남역에 나타난 호객꾼… "계약하면 7000만원 드려요"
(2) 10년 전 '자서분양' 악몽, 실적 부풀리기 뇌관될듯
(3) "70%가 공실" 지식산업센터 골칫덩이 전락

"손님이 없어서 배달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요. 입주 6개월차인데 앞으로 공실이 줄고 유동인구가 늘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에요." ('한강 옥정 듀클래스1차' 카페 주인 A씨)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소흘-양주 구간에서 옥정나들목으로 나가 차로 3분여를 달리면 다소 동떨어진 신축 건물이 번쩍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양주 옥정신도시의 지식산업센터 '한강 옥정 듀클래스1차'다. 지하 2층~지상 5층 442실 규모의 공장과 105실의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조성된 이곳은 2021년 상반기 분양했으나 대다수가 공실로 남았다.

2월13일 오후에 방문한 지식산업센터 건물은 매우 조용했다. 1층에는 편의점과 중개업소 2~3개만 영업 중이었다. 복도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입주가 완료된 사무실은 3개 남짓. 입주사 직원들을 위해 점심시간까지만 문을 여는 식당은 불이 꺼진 채였다.

고층부는 차량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화물 등을 하차시킬 수 있는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시공됐다. 텅 빈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굳게 닫힌 철문 밖에 '임대 문의'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었다. '분양 상담' 안내가 크게 붙은 입주지원센터는 비어있었다. 창문 밖으로 미처 정리되지 못한 책상과 현수막 등이 보였다.

이날 사무실 이전을 위해 임장을 나왔다는 인쇄업 종사자 B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공실이 많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직접 와보니 체감이 더 크다"며 "고속도로 진입로와 가깝다는 이점에도 너무 썰렁하다. 입주가 더 진행된 뒤에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 양주 옥정 듀클래스 1차'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가 공실로 남아 있다. 입주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카페와 식당, 편의점, 중개업소를 제외하고 새 주인을 맞은 사무실을 찾아보기 힘들다./사진=정영희 기자
지식산업센터 분양가는 3.3㎡당 585만원이다. 96㎡(이하 전용면적) 3억9000여만원, 76㎡ 2억9000만원가량에 각각 분양됐다. 현재 96㎡ 사무실 호가는 2억9000만~3억5000만원으로 분양가보다 최대 1억원 하락한 상태다. 76㎡ 또한 분양가보다 낮은 2억5000만원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식산업센터 직거래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용 92㎡ 마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 1500만원에 전매한다'는 내용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내 공인중개사는 "현재 공실률이 70% 안팎"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식산업센터 특성상 최초 입주 후 1년이 지나야 절반 정도 입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옥정 듀클래스1차는 옥정신도시에 들어온 첫 지식산업센터인데 입주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도 "입주를 막 시작할 시점에 부동산 침체가 맞물려 입주율이 타 지식산업센터에 비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매매가도 분양가에 비해 많이 내려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사라진 세제 혜택, 급증한 대출 이자


지식산업센터는 집값이 본격 상승기에 접어든 2019년쯤 부동산 투자의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다. 당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다주택자 중과세가 본격화돼 투자자들이 몰린 곳이 지식산업센터였다.

개인·법인 관계없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나 일반 투자자는 분양가·매매가의 70%, 법인은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억원짜리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할 경우 현금이 4000만∼6000만원만 있어도 된다.

아파트처럼 전매 제한이 없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 기준이 되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임대수익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도 몰려들어 한때는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한강 양주 옥정 듀클래스 1차' 지식산업센터 전경. 맞은편에는 또 다른 지식산업센터가 올해 내 준공을 앞두고 있어 미분양 문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사진=정영희 기자
하지만 2021년 기준금리 상승과 함께 지식산업센터 투자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 과잉도 한몫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등록을 마친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1414개로, 2021년 10월(1263개) 대비 151개가 증가했다. 이는 2019~2021년 승인된 지식산업센터의 준공 시기가 몰렸기 때문이다. 2014년 신규 승인된 지식산업센터는 전국 36개에 머물렀으나 이후 급증해 ▲2019년 130개 ▲2020년 139개 ▲2021년 130개에 달했다. 고금리 여파에 미분양 물량까지 늘면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시행사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까지 지식산업센터 사업시행자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각각 35.0%, 37.5%씩 감면받을 수 있었다. 올해부턴 이 같은 규정이 사라졌다. 지난해 5월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세제 혜택 적용기한을 2025년까지 연장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준공 후 미분양 상태로 적체돼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주택사업자는 올해 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대출보증' 상품을 이용할 수 있지만 지식산업센터는 비주택으로 대상이 아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식산업센터 투자자 중 많은 이들이 대출을 끼고 있다 보니 지금처럼 이자 부담이 클 때는 투자 전망이 좋지 않다"며 "올 상반기까지 고금리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공실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는 다양한 세제혜택과 전매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 그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교통환경이 좋고 수요가 많은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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