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게 더 사뿐하게… 30년 만에 온 파리오페라발레

발레 관객에게 오는 3월은 여느 3월과는 다르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이 30년 만에 내한한다. 공연 레퍼토리는 POB가 1841년 파리에서 세계 초연한 ‘지젤’. 올봄에는 4월 유니버설발레단, 5월 국립발레단도 이 작품을 올리지만 원조(元祖) ‘지젤’을 감상할 기회는 드물다. 낭만 발레의 대표작을 창조한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의 춤은 체공 시간과 음악성, 표현력이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POB 간판스타들이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맡아 2인무를 춘다. 도로테 질베르와 위고 마르샹, 미리암 울드 브람과 제르망 루베, 레오노어 볼락과 폴 마르크 등 에투알(étoile·별)만 6명이다. 명품은 명품을 알아보는가. 3월 3~4일 대전예술의전당, 8~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한국 관객을 만나는데 8일 공연(도로테 질베르와 위고 마르샹)은 ‘샤넬’이 VIP 고객을 위해 모든 객석을 사들였다. ‘발레단의 등뼈’라는 군무진에도 미래의 에투알들이 포진해 있다.

‘지젤’은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가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시골 처녀 지젤에게 사랑을 약속하면서 시작된다. 꽃점부터 불행을 예고한다. 알브레히트는 약혼녀 바틸드 공주가 나타나자 지젤을 외면한다. 배신당한 지젤은 정신을 잃고 죽음에 이른다. 클래식 발레 중 유일하게 미치는 연기를 해야 해 ‘발레의 햄릿’이라 부른다. 발레리나라면 모두가 꿈꾸는 배역이다.
POB는 350여 년 역사를 가진 최정상 발레단. 이런 수준의 춤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돌프 아당이 작곡한 ‘지젤’(안무 장 코랄리) 음악은 훗날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의 차이콥스키로 이어지는 발레 음악의 선두에 있다. 2011년엔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 ‘지젤’을 사용했다.

1막과 2막의 대비가 뚜렷하다. 배신당한 처녀가 죽으면 윌리(귀신)가 돼 밤마다 무덤에서 깨어나는데, 청년을 유혹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든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가볍게 떠다니는 윌리들(24명)의 군무는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POB 에투알 박세은은 “윌리로 변하고도 알브레히트를 지켜내는 2막의 지젤보다는, 첫사랑부터 배신감·광기까지 감정 진폭을 표현하는 1막의 지젤이 훨씬 어렵다”고 했다. 그녀는 출산으로 이번에 내한하지 못하지만 지난해 쉬제(솔리스트)로 승급한 발레리나 강호현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연은 서울·대전 티켓 가격의 격차가 크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까지 똑같지만 서울은 12만~34만원, 대전은 3만~23만원. 발레 동호회 사이트에는 “시설 차이를 감안해도 왜 값이 저렇게 다른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온다. 저렴한 대전에서 먼저 보는 원정 관객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발레·클래식 등 관객이 소수인 장르는 뮤지컬과 달리 같은 작품이라도 지역이나 공연장 성격에 따라 관람료가 출렁인다. 대전예술의전당은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극장. “발레 관객 규모와 문화적 여건을 고려해 가격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LG아트센터는 “POB 내한 공연은 전회 매진돼도 적자”라고 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지젤’도 근년에는 매진 행진을 하고 있다. UBC ‘지젤’은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로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은 버전을 바탕으로 한다. 국립발레단은 파트리스 바르가 재안무한 POB 버전을 쓴다. 바르는 2011년 내한 당시 “낭만주의 여성상은 두 가지인데 ‘지젤’에서는 부드러운 지젤과 팜파탈 같은 미르타(윌리들의 여왕)로 대표된다”며 “삶의 어두운 측면과 신비로운 세계가 공존하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원조의 맛을 음미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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