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67] 피카소의 자화상
창백한 얼굴에 시리도록 형형한 눈빛을 가진 이 남자는 스무 살의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다. 입술과 수염을 빼면 캔버스는 온통 청색이다. 흔히 ‘청색 시대’라고 구분하는 이즈음에 피카소는 이토록 어둡고 우울하고 차갑기만 한 푸른색으로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장애나 빈곤 탓에 거리로 내몰린 불우한 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물론 갓 파리로 이주한 젊은 화가 피카소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당시는 그가 나름 성공했던 때였다. 그래서 혹자는 피카소가 춥고 배고파서 청색을 쓴 게 아니라, 오히려 청색을 쓰는 바람에 춥고 배고파진 거라고도 한다. 암울해 뵈는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카소는 그림이란 실내 장식이 아니라, 적을 향한 무기라고 했다. 19세기 말부터 격동의 세월을 고스란히 살았던 피카소에게 ‘적’은 스페인 내전이었다가, 계층 갈등과 빈부 격차였다가, 파시즘 정권이었다가, 전쟁이었다가 냉전으로 모습을 바꿔갔고 피카소의 화풍 또한 계속해서 변화했다. 말하자면 피카소에게 청색은 다만 자기의 우울한 내면을 드러내는 색이 아니라, 그의 눈에 비친 냉담한 세상의 색이었던 것이다.
2차 대전 막바지에 피카소는 공산당원이 됐다. 당시 전 세계 수많은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공산주의만이 파시즘을 타파하고 전쟁을 끝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 거라고 믿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피카소’를 크레파스 상표에 사용해도 반공법 위반이던 시절이 있었다. 1848년 오늘, 2월 21일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발표된 날이다. 물론 피카소가 끝까지 공산당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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