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칼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경기일보 2023. 2.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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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이념의 차이와 지배층 및 피지배층의 견해차로 인한 갈등을 정치적 이슈화해 이익을 챙기려 하는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해 분명히 존재한다. 일제강점기가 그러했고 6·25전쟁이 그러했으며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도 그러했다. 일제강점기는 나라를 빼앗긴 상태였고 6·25전쟁 또한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이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은 사회가 불안정한 시기에 자국민을 향해 정치적 반공 정서를 부각하며 “북한이 개입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이용해 본인들의 정치적 세력을 단합시키고 적대 감정이 남아있는 북한이라는 곳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자행됐던 국가폭력이었기에 어떤 의미로 본다면 오히려 일제강점기나 6·25전쟁보다 더 잔혹하고 무거운 정치적 사건이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모 의원은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해 “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얘기하며 진상조사가 이뤄지기까지 오랜 세월 제주도민 사회를 ‘색깔론’으로 괴롭혀 온 ‘제주 4·3 북한 지령설’을 또 꺼내 화두가 됐다. 곧바로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며 사과를 촉구했지만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 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와 보수정권 모두에서 이념을 초월하며 인정해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대한민국의 기념일을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닌 탈북 국회의원이 부정했다.

오히려 단 한 번의 실언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하는 관련 단체의 입장이 무색하게 이후의 합동연설회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속적으로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고, 기자회견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얘기하는데 뭐가 망언이고 뭐가 피해자들과 희생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된다”고 강조하며 말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해당 의원의 발언에 선관위에서도 “선관위원이 해당 의원에게 지역 민심이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은 삼가줄 것을 구두로 공식 전달했다”고 MBC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전 세계 유일한 이념의 차이로 인한 분단국가 대한민국! 그렇기에 아직도 이념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한국 사회의 주요한 정치적 이슈이기에 교육현장에서는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주적은 북한이라고 가르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의 헌법 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어 북한까지도 우리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가 실질적 지배를 하고 있지 않은 이북 5도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에서 도지사 및 시장, 군수를 임명한다. 이 말은 통일은 분명한 민족적 과제이지만 우리의 주적은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정권에 대한 규탄을 하면서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4·3사건을 북한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모 의원은 다르다. 해당 의원은 소위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정권의 최일선에 있었던 분이었고, 북한의 엘리트층으로 단 한 번도 배고픔을 느낀 적이 없었던 분으로 정확히 얘기하면 우리가 인도적 입장으로 대해야 하는 북한의 일반 주민이 아니고 우리의 주적인 북한 정권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분이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배워온 내용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망언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북한에서 배워온 모든 것이 본인 말대로 사실이라는 얘기인가? 그런 논리라면 얼마 전 북한에서 조사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2위인 북한을 두고 152위인 대한민국으로의 망명을 왜 선택했는가? 북한이 정상 국가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 망명을 선택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나 되신 분이 북한 체제에서 학습하고 배워 온 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망언이 아니라는 발언은 상당히 모순적이며 상식 밖이다.

그동안 많은 그릇된 이념과 신념, 이념 간의 대립과 정치적 분쟁으로 우리는 같은 민족임에도 서로를 많이도 죽이고 다치게 했다. 그들에게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죽어 버린 망자의 명예까지 2차로 죽음에 이르게 하지 말라. 해당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정치인 모두에게 명한다. 제발 “더 이상 죽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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