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꿀벌의 위기' 건강한 식단으로 극복하자

이광범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2023. 2.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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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우리에게 꿀과 로열젤리를 선물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또 꿀벌은 꽃가루받이를 통해 식물의 생산을 도움으로써 농업과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젠 꿀벌의 식단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꿀벌 또한 자연이 제공한 보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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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범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꿀벌은 우리에게 꿀과 로열젤리를 선물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또 꿀벌은 꽃가루받이를 통해 식물의 생산을 도움으로써 농업과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꿀벌이 없는 인류의 삶은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꿀벌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지난 겨울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꿀벌이 집단 폐사한 사태를 기억한다. 또한 꿀벌이 실종되는 이른바 '봉군붕괴현상'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꿀벌 소멸의 원인으로 기후변화, 살충제 남용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병원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면 질병이 최근 갑자기 꿀벌에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꿀벌의 식단에서 찾고자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꿀벌 또한 적절한 양과 균형의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자연계에서 꿀벌은 다양한 종류의 꽃을 찾아다니며, 여기서 채집한 꽃꿀(화밀)과 꽃가루(화분)를 먹으며 영양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최근 꿀벌의 밥상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단일작물을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오늘날의 농업방식은 꿀벌의 먹이자원의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영양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꿀벌의 건강을 위협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면역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꿀벌 또한 면역에 의존해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한데 면역체계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필수적이다. 프랑스 연구진에 따르면, 다양한 종류의 꽃가루를 골고루 섞어 먹은 꿀벌들이 한 가지만 편식한 꿀벌들에 비해 면역력이 강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는 꿀벌이 스스로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야 함을 시사한다.

영양 균형 외에도, 우리는 '자연식'에 주목해야 하다. 마치 우리가 서구화된 식습관과 가공식품에 익숙해져 있듯이, 꿀벌도 자연이 그 동안 제공하던 것과는 다른 먹이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사양(飼養)벌꿀이란, 꿀벌에게 설탕물을 먹여서 생산된 벌꿀이다. 인간으로 치면, 일종의 인스턴트 식품인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양벌꿀은 천연벌꿀에 비해 무기질과 아미노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차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꿀벌이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벌꿀에는 병원균을 박멸하는 항균성 성분 외에도, 꿀벌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각종 식물유래 기능성 물질들이 함유되어있다. 꿀벌이 설탕물을 억지로 먹고 생산한 사양벌꿀이 과연 이러한 질병 억제효과를 가질지는 의문이다. 사양벌꿀 생산이 꿀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이유이다.

꿀벌의 건강회복은 꿀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자신과 후손들의 생존과 직결되기에 그 무엇보다도 해결되어야 할 중대사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젠 꿀벌의 식단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꿀벌 또한 자연이 제공한 보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

이광범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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