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열려도 “법안 처리 나 몰라라” 끼리끼리 외유 간 의원들

2023. 2. 21. 0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동아일보가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해 국회의원 해외출장보고서 7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본회의가 열렸던 39일간 해외 출장으로 회의에 불참한 의원은 63명(중복 포함 시 80명)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의 해외 방문을 무조건 외유성 출장으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국회 규정상 국제회의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회기 중 의원들의 해외 출장 여비는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하지만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 텅 비어있다. 김재명 기자
동아일보가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해 국회의원 해외출장보고서 7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본회의가 열렸던 39일간 해외 출장으로 회의에 불참한 의원은 63명(중복 포함 시 80명)으로 집계됐다. 의원정수 300명 가운데 5분의 1 정도가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본회의를 나 몰라라 한 것이다. 법안 내용을 꼼꼼히 심의해야 할 중요한 회의를 팽개친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의 해외 방문을 무조건 외유성 출장으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의원 외교는 정부 간 채널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를 막후 조율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의원들의 행태는 이런 기대를 빗나간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제쳐둔 채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를 방문한 민주당 홍익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을 관람했다. 국제 체육대회 유치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월드컵 관람을 염두에 둔 외유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지난해 8월 유류세 인하 등 ‘민생 3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린 날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등은 자율주행 선도 기관을 참관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로 출장을 갔다.

국회 규정상 국제회의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회기 중 의원들의 해외 출장 여비는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회기 중 해외 출장에도 매번 소요 경비가 지급됐다. 의원 방문단은 같은 당 소속끼리 구성하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휴지조각이 됐다. 같은 당 소속으로 가면 외유의 성격이 짙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는데도 지난해 같은 당 소속으로만 해외 방문단을 구성한 경우가 17건이나 됐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개의치 않는 의원들의 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의원 해외 출장을 좀 더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회 본회의는 주요 법안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결정 사항을 집행하기만 하는 사실상 ‘거수기’ 무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선진국 의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원들의 신랄한 정책 토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본회의가 의사일정의 ‘꽃’이라는 위상을 못 찾고 있으니 의원들도 본회의 일정에 괘념치 않는 일이 일상이 된 것 아닌가. 의원 외교가 공감을 얻으려면 본연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챙기면서 바닥에 떨어진 국민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