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근무 과학자, 발레리노, 배우...애국심은 높지만 경험 부족에 우크라 자원병 피해 커

조성진 기자 2023. 2. 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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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훈련 뒤 전선 투입…생존 기술 등 기초 부족
지난해 9월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발레리노 출신 자원병 올렉산드르 샤보발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AP 뉴시스

남극에서 근무하던 과학자, 유명 발레리노와 ‘우크라이나의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라는 별명이 붙은 배우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던 우크라이나 국민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참전했다. 군사 경험이 부족한 병력을 불가피하게 전선에 투입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서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무기를 든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극에서 근무하던 과학자 안드리 조토우는 49살이어서 입대 면제 대상이지만 요트, 비행기, 자동차로 1만8000㎞를 여행한 끝에 귀국해 대위가 됐다. 남극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동할 때는 관광객을 태운 폴란드 요트를 얻어탔다. 그 말고도 남극 근무 과학자 중 최소 6명이 우크라이나 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펭귄부대라고 부른다. 조토우는 "싸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싸우지 않을 수가 없어서 자원했다"고 말했다.

조토우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지역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입원 중이다. 조토우 대위는 자기 중대에서 몇m 떨어진 곳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부대원들이 날아갔고 자신을 포함한 많은 부대원들이 뇌진탕을 입었다고 했다. 부상한 병사들을 이끌고 러시아군에 소총으로 맞섰다고 했다. 지난해 12월8일 아침 조토우 대위는 부대원 4명과 자신이 정찰하던 중 100m 떨어진 러시아군의 총격을 당했다면서 차를 뚫은 총탄이 골반에 박혔다고 했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돼 총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47세의 유명 발레리노 올렉산드르 샤포발은 자원 입대해 대전차무기를 담당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그와 함께 자원한 로만 트루쉬에우(46)는 "총 한 번 쏴본 적이 없는 샤샤가 유탄발사기를 쏜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4차례 사격 훈련만 받고 전투에 투입됐다.

샤포발 일병이 이제 현역 군인이 아니다. 박격포 집중포화 속에 지난해 9월 전사했다. 샤포발을 아는 발레 코치는 "한 달 만에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수 있나"며 안타까워 했다.

군대 경험이 전혀 없었던 배우 드미트로 리나르토비치는 간단한 훈련만 받고 바흐무트 외곽에 투입됐다. 미국 수퍼 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성우 역할을 하던 그였지만 아무런 특혜를 받지 못했다. 그는 "전쟁에서 과거 경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리나르토비치 중위는 장갑차를 타고 가다가 박격포탄을 공격을 받았다. 창문을 열고 응사하던 도중 파편이 관자놀이를 스쳤다. 귀와 머리에서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키이우의 병원에 입원중인 그는 자신이 시신만 200~300구를 목격했고 지뢰, 총알 소리에 익숙하다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러시아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정규군 19만6000명, 예비군 90만 명이었다. 우크라이나로선 1년 가까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최전선 병력을 교대할 신병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고, 자원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군 병력이 70만 명이 추가됐다. 징집된 사람과 자원병을 포함한 숫자다. 이들 모두 약 1개월 정도의 훈련을 받고 전투에 투입됐다. 서방의 보병은 평균 5~6개월의 훈련을 받는다.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는 미국과 영국 군인들은 신병들이 응급구호, 기초 전술, 생존 기술 등 초보적 전투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군 못지않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탁월한 기술과 전문성을 가진 수많은 최고의 인재들이 전사했다. 유명 TV 진행자, 많은 연구 성과를 내던 역사가, 최고의 운동선수들이다. 우크라이나 운동선수와 코치 100명 정도가 전사했다.

여전히 병력을 필요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최고의 대학교 학생들 앞에서 군대가 추가 징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대형 상점 등에 나타나 징집 통지서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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