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교체 4분만에... 비난도 차별도 날려버렸다

김민기 기자 2023. 2. 2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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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시즌 9호골… 토트넘, 웨스트햄 꺾고 4위 올라
경기력과 득점력 저하로 비난받아온 손흥민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20일 웨스트햄과 벌인 프리미어리그(EPL) 홈 경기에서 교체 투입된 지 4분 만인 후반 27분 동료 해리 케인의 도움을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사진은 손흥민(왼쪽)이 오른발로 득점하는 모습. 올 시즌 리그 5호 골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4분이면 충분했다. 손흥민(31·토트넘)이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득점포를 가동하며 침묵에서 벗어났다.

손흥민은 20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웨스트햄과 벌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홈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23분 교체 투입, 4분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 그물을 흔들었다.

토트넘이 자랑하는 손흥민-해리 케인(30) 듀오가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골이었다. 케인이 역습 상황에서 왼쪽으로 쇄도하는 손흥민을 보고 상대 수비 사이로 패스를 찔러줬고, 손흥민은 강점인 속도를 살려 공을 잡은 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리그 5호이자 올 시즌 9번째 골. 이 골로 손흥민과 케인은 EPL 역대 최다 골 합작 기록을 45골로 늘렸다. 토트넘은 앞서 후반 11분 터진 에메르송 로얄(24)의 골까지 더해 2대0으로 승리하며 13승3무8패(승점 42)로, 한 경기를 덜 치른 뉴캐슬(승점 41)을 제치고 리그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비난 받아들인다. 더 잘해야”

“팬들이 내게 더 많은 걸 원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미안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경기 전인 18일 손흥민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부진과 관련해 나를 향한 비난에 100% 동의한다.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며 어떻게 더 나아질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프레스턴과의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쳤지만 이후 다시 침묵에 빠졌다. 지난 시즌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하고 리그 득점왕(23골)까지 거머쥐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야 한다는 이야기도 현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손흥민은 20일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손흥민이 올 시즌 부상이 아님에도 선발로 나서지 못한 건 작년 9월 레스터시티와의 리그 경기 이후 두 번째였다. 당시 리그 첫 6경기에서 침묵하자 선발에서 빠진 손흥민은 후반 ‘조커’로 나서 13분 동안 3골을 몰아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후반 히샤를리송(26) 대신 들어가자마자 부지런히 달렸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손흥민이 순간적인 스피드로 치고 나가자 역습엔 활기가 돌았고, 결국 직접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PL 사무국이 발표한 경기 최우수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현지 매체들도 손흥민에게 7~8점대 높은 평점을 매겼다. 반면 손흥민 대신 선발 기회를 잡았던 히샤를리송은 힘없는 정면 슈팅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날리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벤치에 있고 싶어 하는 선수는 없다. 어떻게 팀을 도울지 생각했고, 팀에 도움이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현지 중계 카메라도 전반전 벤치에 앉은 손흥민이 낯선 듯 수시로 그를 비췄다. 손흥민은 경기 흐름에 집중하면서도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손흥민이 벤치에서 출발할 때 좋은 모습을 보이자 영국 현지에선 ‘손흥민은 교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BBC는 “손흥민을 (벤치에 둬서) 더욱 화나게 해야 하는가”라며 “전 토트넘 공격수 로비 킨은 ‘잘 풀리지 않을 때 누군가는 불만으로 가득 차지만, 손흥민은 그렇지 않다. 기회가 왔을 때 욕망이 생기고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근 수술 받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대신 토트넘을 지휘하는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는 “손흥민은 현재 100%가 아니라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손흥민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인종차별

이날 경기는 토트넘이 완승을 거둔 후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 토트넘 구단은 “경기 중 온라인에서 손흥민을 향한 부끄러운 인종차별적 욕설이 있었던 것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웨스트햄 팬들이 SNS(소셜 미디어)에 “개고기나 먹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계정들은 비공개 상태다. 토트넘은 “우리는 손흥민과 함께 선다. 소셜 미디어 회사와 당국이 조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전에도 손으로 눈을 찢는 행위 등 인종차별을 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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