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스트레스 푼다며 산 정상석 뽑고 다닌 대학생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2. 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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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애기봉 정상석이 있었던 원래 자리(왼쪽)와 산 아래로 굴러 떨어져 훼손된 애기봉 정상석 모습 [사진 = kbs 뉴스 화면 갈무리]
수도권 일대 산을 돌아다니며 정상석과 안전로프 등을 훼손한 2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정혜원)은 이날 특수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의 첫 범행은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서울 노원구 수락산 도솔봉 정상에 올라 도솔봉 정상석을 산비탈 아래로 떨어뜨렸다. 정상석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고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약 한 달 후인 작년 1월 말 A씨는 접이식 톱으로 수락산 기차바위의 안전로프 6개를 잘라 끊어버렸다. 그는 이 범행 역시 “등산객들이 정상에서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어 같은 해 2월 말 수락산 도정봉 정상석을, 3월 중순 수락산 주봉 정상석을 흔들어 빼낸 뒤 비탈 아래로 굴렸다. 3월 말에는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과 수락산 국사봉 정상석을 훼손했다.

A씨는 수준급의 등산 실력을 가졌으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주로 이른 아침 시간대를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는 흔히 ‘빠루’로 불리는 노루발못뽑이와 접이식 톱을 사용했으며,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들 범행 도구는 하산 중 산 중턱에 버렸다.

경찰 조사 당시 A씨는 학교 동기들의 무시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우발적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여러 산봉우리에 설치된 정상석과 로프를 손괴한 점은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은 정상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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