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만 하고 손도 못 댄 주검들… 수습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허고운 기자 2023. 2. 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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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대가 전한 튀르키예 상황… "여진 공포가 가장 컸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1진 대장이었던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활동 결과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2.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강진 피해 지원을 위해 튀르키예에 파견됐던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1진이 열흘간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했다.

이들은 지진 피해현장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벌이는 동안 현지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을 찾고도 추가 피해 위험 때문에 이를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등 아쉬움도 컸다고 소회를 전했다.

KDRT 1진 긴급구호대장을 맡았던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2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호대 1진은)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하나인 안타키아에서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시신 19구를 수습했다"며 "이스탄불 소방청 구조팀과 공동 구조 작업을 하는 등 튀르키예 국민의 관심 속에서 활동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원 국장은 "이스탄불에서 온 구조팀 중 1명은 본인 외조부가 한국전쟁(6·25전쟁) 참전 용사라며 감격했다"며 "현장의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선 지난 6일 진도 7.8 강진 이후 수천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보고된 사망자 수는 4만6000명대에 이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튀르키예 측의 요청에 따라 6일 당일 선발대 3명을 현지에 파견한 데 이어 8일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18명의 KDRT 1진을 보냈다.

지난 12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 지진 피해 현장에서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가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2023.2.1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KDRT는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해외긴급구호법)에 따라 2007년 설립됐으며 대규모 해외재난 발생시 민관 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 심의 등을 거쳐 재난구호를 비롯한 피해국 지원활동에 나선다.

그러나 구호대 1진이 파견된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은 지진 피해로 수도·전기가 끊긴 데다 일교차가 큰 날씨 탓에 대원들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활동기간 내내 텐트 생활을 한 대원들 가운데 일부는 장염에 걸리기도 했다.

대원들은 또 현지 활동 중 여진에 따른 사고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컸다고 전했다. 1진 활동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17일에도 안타키아 현지에선 여진이 발생했다.

재난상황이 길어지면서 현지 주민들도 감정이 격앙됐고, 특히 우리 구호대 숙영지 근처에선 현지인과 시리아 난민들 간의 갈등에 총성이 들리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 구호대 숙영지 경비는 7명 정도의 현지 치안군 병력이 맡았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에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의약품·식료품 등이 충분히 보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구호대원들은 현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하는 동안 주민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에 파견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하타이 안타키아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제공) 2023.2.11/뉴스1

한 대원은 "활동 1~2일차에 교통난이 심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차량과 기름을 제공해줬고, 자원봉사자도 많았다"며 "함께 구조 활동을 펼치다 보니 자연스레 감사 메시지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KDRT 관계자도 "튀르키예 국민들이 보내준 성원은 한참 얘기해도 모자라다"며 "우리에게 먹을 걸 많이 주려고 했다. 특히 (활동) 첫날 한 노숙자가 차를 끓여 건네줬을 때 뭉클했다"고 말했다.

우리 구호대원들을 만난 튀르키예 주민들은 가슴에 손을 올리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시로 전했고, 특히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파견된 여성 대원을 만난 현지 여성들이 어깨에 입맞춤하며 감사를 표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호대원 중 1명은 "무너진 건물 더미 속에 주검들이 아직 많이 있다. 확인만 하고 손도 못 댄 주검이 많다"며 "이를 수습할 수 없었던 게 아쉽다. 말로 표현하기가 좀 그렇다"는 심경을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귀국한 구호대 1진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들은 향후 2주 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필요한 건강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다.

KDRT 관계자는 이달 17일 파견된 구호대 2진에 대해선 "아직 치안과 관련해 문제가 있단 보고는 받지 못했다"며 "현지에서 재난청·치안군과 1진 때부터 긴밀히 협동해온 만큼, 2진도 안전히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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