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질병인가 선택인가…미, '획기적 치료제' 두고 논쟁 가열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의 유행을 둘러싼 논쟁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비만을 심각한 질병으로 공식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보건 이익단체 6곳은 최근 공동성명에서 "비만은 매우 매우 널리 확산한 만성질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들은 "비만은 건강을 위협하고 장기치료를 필요로 하는 과도한 지방 축적과 분포가 특색"이라며 "체내의 사실상 모든 체계가 비만에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소아과학회도 비만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어린이의 비만 치료를 늦추지 말라고 지난달 권고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당뇨와 비만에 함께 쓰이는 획기적인 치료제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미국 부유층에서는 식욕을 억제해 체중감량을 끌어내는 '위고비' 같은 의약품이 대유행입니다.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최근 트위터에서 체중조절 비결을 묻는 말에 "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했습니다.
신뢰할 체중감량 의약품이 존재하는 까닭에 비만의 개인, 사회적 비용을 감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미국 분위기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비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 현재 비만 인구의 비율이 40%입니다.
이는 한국(5.5%)이나 일본(4.2%) 등 다른 OECD 회원국들을 압도하는 최고 수치입니다.
OECD는 2019년 보고서 '비만의 막중한 부담 - 예방경제학'에서 비만율 증가가 경제에 족쇄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만이 당뇨, 심혈관계 질환, 치매, 암 등을 부추긴다며 치료 탓에 보건 비용이 늘어난다는 설명입니다.
나아가 비만에 따른 조기퇴직, 결근, 생산성 저하로 노동시장도 불필요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예방을 촉구했습니다.
다각적인 이유에서 비만 치료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채로운 논쟁도 파생되고 있습니다.
일단 악시오스는 치료 권고가 비만을 삶의 한 선택이 아닌 질병으로 간주한다는 쟁점이 있다고 주목했습니다.
악시오스는 "급격한 문화적 이동"이라며 비만 치료제가 비만에 영원히 낙인을 찍을 위험이 있어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의 실제 사용에서 벌써 갖가지 세부 논쟁이 뒤따릅니다.
일단 시중에 있는 비만 치료제가 너무 비싸 이용자가 제한되는 불평등 문제가 부각됩니다.
특정 조건에서만 체중감량 용도로 처방되는 위고비는 한 달 투약분의 정가가 1천349달러(약 175만 원)입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의료보험 메디케어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보험은 체중감량용 처방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비만 전문가인 베로니카 존슨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우리 환자 대다수는 한 달에 1천300달러, 특히 장기적으로 써야 하는 그런 약을 사용할 만큼 살림살이 여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비만에 전용되는 당뇨 치료제가 아직 검증이 끝난 게 아니라는 이견도 나옵니다.
이익단체 미국건강보험계획(AHIP)의 대변인 크리스틴 그로우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장기적 체중유지에 효과가 좋은지 확인되지 않았고 (투약 때문에) 환자들에게 합병증,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비만 치료를 두고도 미래의 주역들을 오히려 해치는 게 아니냐는 등 말이 많습니다.
섭식장애 전문가인 킴 대니스는 공영방송 NPR 인터뷰에서 "6∼8세 어린이에게 체중을 근거로 병이 있다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심각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소아과학회 권고를 비판했습니다.
보험업계도 당뇨 치료제가 체중감량에 광범위하게 전용될 가능성 때문에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이익단체들은 비만 치료제에 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메디케어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요구가 관철될 경우 비슷하게 전용되는 다른 의약품과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예상됩니다.
김용태 기자ta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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