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문화에 자연을 더한 청년사업가들을 만나다 - 피움, 온고, ㈜연경당

 최근 청년들의 창업 열풍이 거세다. 이들 사이에 특히 눈길을 끄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창업에 나선 청년창업가들이다. 이들은 마치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팔딱팔딱 거리는,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아이디어를 더해 새롭게 재창조된 전통문화를 선보이며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청년창업가들의 사업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포화상태인 창업시장에서 청정구역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발견해도 제품을 만들 비용이 없어 꿈을 접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두드리는 자에게 기회가 열리는 법이다. 청년창업가들이 치열한 창업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비 같은 사업이 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이 전개하는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최대 3년간 평균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며,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를 통한 전문 창업 보육 및 프로모션 등을 제공해 초보 창업자들의 숨통을 터 주고 있다. 2020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 4기를 맞이했다. 2022년 기준 86개의 초기창업기업이 지원을 받았다. 발굴된 창업기획자도 4개사다. 실질적인 성과도 상당했다. 현재 지원기업의 3년 생존율은 98%다. 2020년도 기준 6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2021년도에는 유통∙투자 상담액 기준 약 120억원을 달성했다. 22년도 지원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0% 늘었다. 

이런 가운데 지원을 받은 청년창업가들 중에서도 더욱 빛을 낸 이들이 있었다. 이들에게는 우수 초기창업기업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붙어 있다.

이번 기획 인터뷰는 우수 초기창업기업에 선정된 청년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피움과 온고, ㈜연경당은 우리 전통문화에 자연과 계절 요소를 가미한 차별화 된 아이템을 선보이며 MZ세대 등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청년 기업이다. 

█ 전통 나전칠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다 이진영 피움(PIUM) 대표
2기 참여기업으로 선정된 피움(PIUM)은 이진영 대표의 특별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몇 해 전 외국인 대상 도시민박을 운영했던 그는 당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체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들에게 소개하고자 전통문화를 찾다가 나전칠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사진= 액막이 자개 북어 / 민속문화인 ‘고사’에 필수로 등장하는 액막이 북어에서 모티브]

“피움은 집에 두기 좋은 인테리어 소품부터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예술작품까지, 아름다운 빛을 지닌 전통 나전칠기를 현대화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나전칠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전통과 현재를 이어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나전칠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피움의 대표 제품은 나전칠기 리빙 오브제인 ‘자개 식물’이다. 식물 고유의 모습에 자개의 빛을 담아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도록 기획했다. 자개 식물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개 식물은 팬데믹 상황에 처한 우리의 마음 속에 조금이라도 활력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가면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 또는 우리가 지금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소비자들에게 전해졌을까? 피움의 자개 식물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진행 당시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자개 식물을 비롯해 피움의 모든 제품은 일상과 연결돼 있다. 이 대표는 작은 소품 또는 항상 지니고 다니거나 일상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핸드폰 액세서리를 비롯해 키링, 뱃지, 마그넷, 문구류 등에 자개 디자인을 더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독특한 디자인이 화제가 되며 MZ세대 사이에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자개식물 / 아름다운 자연의 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자개로 식물 고유의 모습을 표현]

 이 대표는 이번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 실제 이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비롯해 국제문화산업전 등에 참가하는 등 지원기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경주 문화재와 유물을 모티브로 작업한 신라금관, 얼굴무늬수막새, 치미, 천마문말다래 자개 마그넷 등은 ‘2022 국립박물관 기념품 정기공모’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돼 만족한다면서 앞으로는 구상하고 있는 지금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해 더욱 다양한 제품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일반적이지 않은 것과 전통의 만남 ‘온고(ONGO)’ 염규리 대표 
“OLD THINGS NEVER DIE, THEY JUST ONGO” 오래된 것은 죽지 않는다, 다만 '온고'할 뿐이다.

강렬한 슬로건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온고(ONGO)’의 염규리 대표는 최근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림캐처(dream catcher)와 선캐처(sun catcher)에 한국 전통 수호 영물을 접목해 온고 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탄생시켰다. 

[사진= 아크릴을 커팅해 그림자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무드등]

드림캐처와 선캐처는 달빛과 햇빛의 긍정적인 기운을 모아 좋은 기운을 퍼뜨리고 나쁜 기운은 막아주는 의미가 있다. 이런 아이템에 전통 수호영물까지 더할 생각을 한 것이다.  

“전통 디자인 산업은 유물이 주요 모티브라는 점에서 브랜드로 인식되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를 극복하고 온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두 가지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염 대표의 첫 번째 전략은 전통이 진입하지 않았던 품목을 찾아내는 것이다. 

“모티브가 되는 유물은 익숙하되 전통을 접목하지 않은 상품에 적용함으로써 개척자로서의 독창성을 가지게 됩니다. 품목 자체로도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두 번째 전략은 바로 독창성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온고의 상품은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는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세상에 없는 제품이 기획되는데, 당연히 공장에서는 제작이 힘듭니다. 공장 제조가 가능해도 비용이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고요. 이를 극복하려다 보니 수작업 과정이 자연스럽게 많아졌고, 저희 고객들은 이런 요소를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온고의 대표 제품은 단연 전통영물드림캐처다. 악몽을 막아주는 소품인 드림캐처에 한국의 전통 수호 영물을 담은 제품이다. 염 대표는 2019년 제주도 여행 당시 방문했던 드림캐처 매장에서 외국인과 내국인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메이드 인 인디아 가 붙은 드림캐처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여기에 착안해 드림캐처에 수호영물을 접목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사진= 전통 수호영물을 자수로 표현한 드림캐쳐 (7종 중 흑호와 청룡)]

지난해에는 선캐처에 일월오봉도를 접목한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당시 2900만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달성하며 온고의 새로운 대표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염 대표 역시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원기간이 3년으로 긴 만큼, 다른 지원사업들과 달리 탄탄한 사업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원사업은 마라톤 경기에 산소호흡기라는 비유가 있습니다. 산소호흡기는 좋게 작용할 수 있으나 근육이 아직 충분히 크지 않은 초기창업기업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막 걷는 초보자는 산소호흡기를 잠깐 대주는 사이 속도를 냈다가 호흡기가 떼지는 순간에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사업’은 산소호흡기 같은 지원사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염 대표는 지원사업이 3년이라는 긴 지원기간과 맞춤 지원들을 제공해 마치 함께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지원을 받은 기간 동안 잘 달릴 수 있는 근육을 키워줬다.고 말했다. 
 염 대표는 마지막 1년도 힘차게 달리고 싶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 계절별로 만나는 색다른 한식 다과 ㈜연경당 정연경 대표 
㈜연경당은 창덕궁의 목조건물 연경당의 뜻을 이어 경사가 널리 퍼지는 곳이라는 의미를 전통 한식 다과로 풀어나가는 브랜드다. 전통 한과를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기쁜 일을 공유했으면 하는 정연경 대표의 바람이 담긴 브랜드다. 

최근 약게팅, 떡게팅 등 한식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정 대표의 연경당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정갈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계절별 다과상을 선보여 MZ세대의 SNS 인증샷 단골 손님이 됐다. 

[사진= 연경당은 창덕궁의 목조건물 연경당(경사가 널리 퍼지는 곳-)의 뜻을 이어 전통 한과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재현하는 한식 디저트 브랜드]

“연경당에서는 전통 한식 다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장에서는 계절 흐름에 따라 네 번의 색다른 다과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계절 식재료를 활용한 다과와 차를 짝지어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다과상입니다.”

정 대표는  계절마다 다과상의 대표적인 두 가지 메뉴를 선택한다. 이번 겨울 다과상을 위한 정 대표의 선택은 유자단지와 개성약과다. 

“유자단지는 유자의 알맹이를 꺼내 그 속을 대추, 밤, 석류, 잣, 석이버섯과 유자 알맹이를 다져 채운 후 일주일 이상 숙성을 시켜 먹는 다과로, 궁중 다과 중 하나입니다. 유자의 상큼함과 속재료들의 달달한 궁합이 잘 이뤄져 겨울의 맛이 잘 느껴지는 메뉴입니다. 개성약과는 개성 지역에서 유래한 약과로 일반 약과와 달리 켜를 살려 튀겨 조청에 즙청해 고소한 참기름과 조청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룹니다.”

한식 다과 브랜드들이 많은 만큼 초기 진입장벽은 만만치 않았다. 정 대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젊은 세대의 취향을 공략했다. 

[사진= 매 계절마다 달라지는 계절다과상 중 하나로 올 겨울의 제철 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연경당의 겨울 다과상. 유자단지, 피칸강정, 귤정과, 개성약과, 곶감견말이, 유자정과, 흑임자 타락죽으로 구성]

“MZ세대는 감성을 중요시합니다. 특히 전통에 대해 우호적이며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찾고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원합니다. 연경당은 이들을 위해 사계절 다과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 번에 다양한 종류의 다과를 조금씩 맛볼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다과를 찾을 수 있고 계절마다 달라져 한시적으로 판매한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정 대표는 " 동시에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다과가 담긴 선물세트들을 택배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간식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작하는 등 한과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러한 노력은 2021 전통문화 청년창업 육성지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연경당은 지원기간 3건의 상표권 출원과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의 3208%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홍보 촬영과 인터뷰, TVN 드라마 제품 협찬 등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 나서며 한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저는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전통 한식 다과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하고 싶습니다. 현재 최대 수용 인원이 8명이지만 더 넓은 매장에서 다양한 다과들을 선보이고 메뉴도 계절 다과상 하나 뿐 만이 아닌 고객이 직접 선택해 다과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이 함께 참여해 만드는 콘텐츠도 개발하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세 명의 청년창업가는 저마다 확고한 철학과 비전,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또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바로 이것이 치열한 창업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불씨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공진원에서는 2023 오늘전통 창업기획자 모집 공모와 2023 오늘전통 청년 초기창업기업 4기 모집 공모를 진행한다. 

2023 오늘전통 창업기획자 모집 공모는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창업기획자가 대상이다. 공모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공진원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3 오늘전통 청년 초기창업기업 4기 모집 공모는 오는 3월 중 진행 예정이다. 전통문화산업 업력 3년 이내 창업기업의 대표자(만 39세 이하)가 모집 대상이다. 공모와 관련된 내용은 공진원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본 자료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제공한 기고문입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문화산업팀 이재화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