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중 사표 쓰란 상사, 진짜 출근 안 한 직원…대법 “일방적 해고”
20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버스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1월 한 전세버스회사에 입사해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했다. 그러다 두 차례 무단으로 결근해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이에 버스회사 관리팀장은 같은 해 2월 A씨를 사무실로 불러 강하게 꾸짖었다.
이 과정에서 관리팀장이 “사표 쓰고 가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자 A씨는 “해고시키는 거냐”고 확인했고, 관리팀장은 “회사에 도움은 안 주고 피해를 줬기 때문에 그만두라”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팀장은 A씨에게서 버스 키도 회수했다.
A씨는 이튿날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버스회사는 A씨가 출근하지 않았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 A씨는 그로부터 3개월 뒤인 같은 해 5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또 A씨는 버스회사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출근하지 않았던 기간에도 임금을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뒤 소송을 제기했다.
중앙노동위는 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는 소송을 제시했다. 1심과 2심은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 줬다. 관리팀장에게 직원을 해고할 권한이 없고, 사표를 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우발적인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또 버스회사가 A씨에게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보낸 것을 참작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A씨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스회사와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또 관리팀장에게는 A씨를 해고할 권한이 없는 것은 맞지만,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뒤에야 버스회사가 출근을 독촉했다는 점으로 미뤄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 해고를 승인·추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회수한 것은 그로부터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해고는 묵시적 의사 표시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면 통보는 해고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의사 표시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어서,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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