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수수료 논란·아동보호 위해 '국가' 역할 강화해야…해외사례 보니

김동규 기자 2023. 2.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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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거래된 아이들]⑥ 전문가들 "실적 위주 벗어나야"

[편집자주] 1970~1980년대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명암이 뚜렷하게 공존하고 있다. 당시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들이 친부모가 살아있는 아이를 호적상 '고아'로 조작해 해외로 입양을 보낸 것은 불법 인권침해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지난 64년간 해외로 입양된 아동만 약 16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인원이 고아로 조작됐는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없었다. 뉴스1은 최근 한 달 간 법무부·경찰청·보건사회부의 기·미아 통계와 각종 논문·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이제는 성인된 '고아호적' 입양아를 직접 만나 해외로 거래된 아동들의 실태를 추적해봤다.

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가 15일 오전 화상통화를 통해 가족(어미니 이응순, 언니 윤상희, 오빠 윤상명)을 만났다. 사진은 윤씨의 어릴적 사진. (경찰청 제공) 2020.10.18/뉴스1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수수료를 비롯해 해외입양 후 관리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의 아동청이나 중국과 필리핀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입양을 하면 이를 담당하는 입양기관이 아동 한명당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입양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면 '실적위주'의 입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외입양이 '아이의 더 나은 삶'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실제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정부가 적극 개입하거나 민간의 전문성을 높여 해외입양 수수료와 관련해 발생하는 실적위주의 입양을 차단하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독일, 아동청으로 입양 일원화…필리핀, 양부모와 교감 후 결정

2020년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 보고서 '입양기관 비용지원체계 개편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아동의 입양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아동청에 의해 설립된 입양알선기관을 통해 일괄적·통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의 혼선이나 업무의 분산 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아동청은 아동의 입양 업무 전담뿐만 아니라 인지나 양육비 청구에 있어서도 대리인으로 활동한다. 또 아동의 양육관련 사항, 친권 및 면접교섭권에 관한 재판절차에도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국내·국외 입양에서 실적위주의 수수료 관행이 발생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우리와 해외입양의 배경이 비슷했던 중국도 국가 주도로 해외입양을 실시하면서 입양되는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 입양법은 입양신청인인 외국인 양부모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또 중앙당국의 역할을 강조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 요구하는 (입양 업무시) 중앙 당국의 일원화, 국가 산하 기관으로 중국아동복지·입양센터를 설립해 모든 해외입양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베트남도 지난 2010년 12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에 서명하면서 베트남 법무부가 중앙당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베트남에서는 해외입양과 관련한 업무를 지방정부가 전담하면서 아동 불법매매 등과 같은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이에 최근에는 해외입양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법무부에서 일괄 수행 중이다.

필리핀도 국가 주도로 해외입양시 양부모가 될 사람에게 입양할 아동과 6개월 동안 함께 지내게 한다. 이후 아동이 잘 적응하는지를 경과보고서 등을 통해 점검한다. 입양된 가정에서 아동의 적응도에 따라서 입양을 결정하도록 해 입양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전문가들 "한국도 실적 위주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해외입양을 실적위주에서 벗어나 아동의 행복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도 헤이그국제아동협약에 서명한 만큼 해외입양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관련법이 국회서 빨리 통과돼 비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필식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해외입양시 수수료를 받는 영리추구를 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간 입양이 발생하면 입양국의 경제력과 가족 등의 편차가 커서 그 과정에서 수수료와 같은 비용이 들어가면서 불법이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이그국제아동협약의 핵심은 중앙(국가)에서 해외입양시 책임을 지고 감독하고 결정하라는 것인데 이것의 전제는 '국가는 영리 추구를 안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라고 덧붙였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해외입양시 수수료 관행이 문제가 되는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국가의 관여 없는 입양기관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헤이그국제아동협약에 사인을 한 만큼 관련법이 빨리 국회서 통과돼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입양기관의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노 교수는 "미국은 민간중심으로 해외입양이 많이 이뤄지는 국가인데도 민간입양기관 종사자들이 거의 사회복지 석사 이상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며 "전문성을 강조하고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인데 우리도 민간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이런 식으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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