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0]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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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은 동심의 낭만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재다. 바로 그 풍선 때문에 미·중 두 강대국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에 몰리는 듯했으나 블링컨과 왕이 두 외교 수장의 회동을 통해 진정되는 모습이다. 어쨌거나 미 공군은 F-22기를 출격시켜 역사상 가장 높은 고도의 공대공미사일로 중국의 풍선들을 격추시키는 막강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니 손해 본 장사는 아닌 것 같다.
40년 전 1983년, 냉전의 끄트머리에서 두 패권 국가의 최전선인 독일의 베를린에서 독일의 뉴웨이브 밴드 네나의 ‘99개의 풍선’이 발표되었고 이 곡은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은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도 히트했으며 이듬해엔 미국 빌보드에서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흥겨운 댄스풍의 친숙한 멜로디 라인으로 젊은이들을 열광으로 이끌었지만 노랫말의 메시지는 아무것도 아닌 풍선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는 것을 경고하는 묵직한 통증을 담고 있다.
“하늘에 펼쳐진 불꽃놀이/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사람들은/저마다 위협을 느끼고/지평선 너머 걸려 있는/99개의 풍선을 향해 총을 쏜다(Es gab ein große Feuerwerk/Die Nachbarn haben nichts gerafft/Und fühlten sich gleich angemacht/Dabei schoss man am Horiyont/Auf 99 Luftballons)”
하늘의 풍선을 UFO로 오인하여 시작된 사격으로 그렇게 전쟁은 시작되고 패권을 노린 전쟁광들이 뛰어든다. 그리하여 99년이 흐르고 승자도 패자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고 폐허만이 남는다는 독백으로 노래는 마무리한다.
1960년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U-2가 소련 상공에서 정찰 도중 미사일로 격추되었다. 미국 정부는 나사의 기상관측용 비행기의 실종이라고 위장 성명까지 내며 발뺌을 시도했지만 조종사 프랜시스 파워즈가 소련 측에 생포된 줄 모르고 있었다. 사망한 줄 알았던 파워즈가 공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미국은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렸다.
역사는 돌고 돈다. 네나의 노래를 그저 우스꽝스러운 상상의 해프닝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냉전은 끝난 지 오래지만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풍선이 그냥 풍선이길 기도해야 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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