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4000여t ‘외계 마을’ 대변신… “지구환경 문제 메시지 담아”

이보람 2023. 2. 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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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4000여t의 고철을 끌어모아 4년6개월간 26명이 망치질을 해서 1140개의 아이언맨, 범블비 등 고철 외계생명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고철 모형으로만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외계마을을 조성했다.

검은색, 황금색, 분홍색으로 꾸며진 고철 티라노, 익룡 모형을 지나 3.5m 높이의 우주선 안으로 들어서자 맥주를 마시고, 카드게임을 하는 고철 외계로봇, 신문을 읽는 고철 로봇, 그 로봇의 구두를 닦는 로봇이 있는 외계마을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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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골 마을 ‘Fe01’ 촌장 김후철씨
정크아트 작가들 4년 6개월간 의기투합
1140개 고철 외계생명체 조형물 제작
5.5m 크기의 ‘메가트론’ 5개월이나 걸려
“상상 속 새로운 형태 동물들 마을 구성
두 번째 행성 ‘상상공원’ 만들기 고심 중”
버려진 4000여t의 고철을 끌어모아 4년6개월간 26명이 망치질을 해서 1140개의 아이언맨, 범블비 등 고철 외계생명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고철 모형으로만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외계마을을 조성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산골에 있는 ‘Fe01’ 이야기다. 고철로 만든 첫 번째 행성이라는 뜻이다.
김후철씨가 메두사 모형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울산 시내에서 시골 국도를 따라 차로 40분 정도 내달리자, 높이 5.4m 크기의 거대한 고철 파라오와 미라 모형이 눈에 띄었다. 산골마을 Fe01은 6610㎡(약 2000평) 크기의 거대한 고철 우주선 모양이었다. 검은색, 황금색, 분홍색으로 꾸며진 고철 티라노, 익룡 모형을 지나 3.5m 높이의 우주선 안으로 들어서자 맥주를 마시고, 카드게임을 하는 고철 외계로봇, 신문을 읽는 고철 로봇, 그 로봇의 구두를 닦는 로봇이 있는 외계마을이 펼쳐졌다. 우주선 중간에는 12.5m 거대 고철 로봇이 존재감을 뽐냈다. 중간중간 반가운 조형물도 있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디셉티콘 대장 ‘메가트론’, 뽀빠이와 올리브 등이다. 마블 영화와 창작 고철 작품들로 꽉 채워진 마을이었다.

마을이 산골에 등장한 건 지난해 8월이다. 마을 촌장은 김후철(51)씨다. 높이 3m쯤 되는 메두사 고철 모형 앞에 서 있던 그는 “Fe01은 225억원을 들여 26명의 동료 정크아트 작가들과 하나하나 고철을 두드려 꾸민 것”이라며 “우리나라 고철론 부족해서 동남아와 중국에서 버려진 고철을 수입까지 했다”고 말했다.

산골에 망치질 소리가 나기 시작한 건 2018년쯤부터다.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김씨의 제안에 동료 작가 26명이 의기투합했다. 고철 로봇들은 조립해서 만드는 장난감 로봇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머리, 어깨, 팔, 손, 다리, 발 등 전체 조형물을 24등분해 만든 다음 조립하고, 용접해 붙인 뒤 붓으로 채색하는 식이다. 김씨는 “처음 정크아트 작품을 만들 때 지게차, 크레인 같은 장비가 없었는데, 사람 한 명이 만들어 옮길 수 있는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다 보니 고안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비바람에 녹이 슬 우려가 있어 색을 칠할 땐 자동차 도장용 페인트를 썼다.
5.5m 크기의 메가트론을 만드는 데는 5개월, 5m 크기의 범블비를 만드는 데는 4개월이 걸렸다. 12.5m의 거대 로봇은 10명이 1년간 작업했다. 채색을 제외하고 걸린 시간이다. 1년에 30억원씩, 880여t의 고철이 작품으로 변했다.
왜 하필 도심과도 한참 떨어진 외딴곳에 고철 외계마을을 만들었을까 물었다. 그는 “임대료 때문”이라며 웃어버린다. 집과 가까운 부산 송정과 일광에 작업장을 뒀지만 임대료가 올랐고, 그보단 멀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서생으로 오게 된 것이라는 얘기였다. 김씨는 “작업하는 데 햇볕이 잘 드는 것도 중요한데, 이 지역이 볕이 좋다”고 덧붙였다.
고철로 된 외계마을 ‘Fe01’의 모습.
그는 고철로 만든 두 번째 행성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상상 속 새로운 형태의 동물들이 생겨나 마을을 이뤄 사는 ‘상상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 이미지만 그의 머릿속에 떠다닌다. 이왕이면 첫 번째 고철마을과 가까운 곳에 만들고 싶단다. “지금 머릿속엔 ‘Fe02’에 대한 생각밖에 없어요. 다 만들면 또 도전하고 싶은 것이 생기겠지요.”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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