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평행선…박진 “일본 측에 정치적 결단 촉구”
윤석열 정부, 5월 ‘G7 참석 구상’에 과거사 해결 시간표 쫓겨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풀기 위해 한·일 외교장관이 대면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8일(현지시간) 회담을 갖고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박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주요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면서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회담 시간은 35분에 불과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라기보다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장관의 회담 후 발언은 ‘외교라인을 통한 협의에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일은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의 실무 채널인 국장급 협의에서 문제를 풀지 못하자 고위급 채널을 통한 해결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시간 반에 걸쳐 논의했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어 이날 한·일 장관회담에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박 장관이 언급한 ‘정치적 결단’은 용산 대통령실과 일본 총리실이 정무적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해법의 핵심 쟁점은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등 일본 피고기업의 피해자를 위한 기금 조성 참여와 일본 측의 사죄 표명이다.
그러나 일본은 피고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며, 사죄 표명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일본 측에 결단을 촉구했다고 밝혔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쪽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본 피고기업의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일본 측에 공을 넘겼으나 일본 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다시 한국에 공을 넘겼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선언한 뒤 윤 대통령 워싱턴 방문에 이어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5월 전에 반드시 강제동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대다수 일본 전문가와 외교소식통들은 일본이 피고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를 허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다음달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또 한 번 만날 기회가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외교접촉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이 태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부가 일본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판을 깰 것인지 여부를 5월 전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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