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 이자장사로 90% 벌어…외국과 비교해보니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2. 1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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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실적 공신 ‘이자장사’ 은행...이자이익 비중 90% 넘어
지주사 은행 의존도 더 높아져...우리금융은 83.9%
4대 금융지주사 이자이익 82%...미국·일본 ‘50%’
메가뱅크 외쳤지만 ‘우물안 뱅크’...글로벌 비중 10% 안팎
전문가들 “‘그들만의 리그’론 경쟁력 떨어져, 경쟁 유도해야”
[사진 =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지주사 순익에서 계열사인 은행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절반을 훌쩍 넘은데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해외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비(非)은행 사업,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세계 일류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게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공통 슬로건이지만 갈길이 먼 셈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4대 금융지주사 순이익에서 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60%를 넘었다. 이자수익비중도 덩달아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금융은 전년 82.8%에서 83.9%로 늘며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은 2020년과 2021년 64~65% 수준이었지만 작년 80.1%로 뛰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021년 50%대였지만 작년 각각 63.8%, 61.1%로 다시 높아졌다.

4대 금융지주에 속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33조원에 가까운 이자 이익을 거뒀다. 전년보다 23.2% 늘었다.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주춤했지만 기업대출이 10% 안팎으로 늘면서 전체 대출량이 커졌는데,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3.91%에서 5.6%로,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연 3.3%에서 5.56%로 각각 뛰었다. 금융지주사가 수익을 극대화한 배경에는 ‘이자 장사’로 돈을 번 은행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4대 은행의 국내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이 60~70%에 달하는 과점 체제에선 금리 경쟁이 제한적”이라며 “최근 몇년간 금융사의 실적은 금리 수준과 연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금융사들은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대표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사업구조(매출기준)는 개인고객 예금·대출 서비스 등 컨슈머 뱅킹이 38.6%에 불과하고, 글로벌 자산·투자 관리(22%), 글로벌 뱅킹(22%), 글로벌 마켓(18.1%)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적 보고서에 “사업영역과 고객, 상품, 국가·지역 등에서 역동적인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적혀있다. 미국도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숨가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금리가 올랐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비중은 5대5로 1~2년과 비슷하다.

일본 3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그룹도 2021년 순이익별 사업은 전통 은행업무인 소매금융사업은 15%에 그쳤고, 자금조달·운용과 인수합병(M&A)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도매금융사업이 32%, 글로벌 사업 30%, 시장사업(외환·파생상품 등) 23% 등으로 다양한 사업에서 골고루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비이자수익 의존도가 50%에 육박한다. 저금리·저성장에도 은행에 기대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성과는 미미하다. KB금융의 해외 사업 비중은 10% 안팎에 그치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12.2%, 14.3%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이 19.5%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지만, 이 비중이 30~40% 이상인 해외 금융사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서 교수는 “국내 금융사들은 사업 구조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해외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제대로 된 경쟁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비율을 6대 4로 정도로 유지하면 금리 상승기에 예대마진으로 큰 이익을 내는데 혈안이 되지 않고, 취약차주 지원 등 상생 금융 여력 커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글로벌 사업 비중을 30%로 늘린다는 중기 목표를 세웠다. 비은행 분야 이익 비중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과 하나은행도 비슷한 전략을 갖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오랜 영업 관행과 수수료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 등을 고려하면 금융사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극복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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