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공재` 발언에 횡재세 고개… 전문가 "체제 흔드는 포퓰리즘"

김미경 2023. 2. 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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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은행 초과이익에 부과
기존 야당발의 법안 새삼 주목
당정은 난색 속 공공성 강화
전문가 "헌법적 가치에 위배"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등을 '공공재'로 규정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일명 '횡재세'(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이익분에 추가 징수하는 소득세) 도입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금융·통신 등의 사회적 역할 강화와 횡재세 도입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여권에서도 금융 등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횡재세 도입은 대중영합주의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횡재세법'이 계류 중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18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경제제재 및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체제 전환으로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는데 정부의 탄력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휘발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소비자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3개 직전 사업연도 대비 초과소득을 법인세로 거둬들이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냈다.

용 의원도 지난해 9월1일 법인세법 개정안 발의하며 "정상이익을 월등히 넘어서는 초과이득을 향유하는 석유사업자 및 은행들에 대해 한시적 초과이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연도별 소득액 80~90%에서 2015~2019년 5개년도 평균 소득액을 차감한 뒤 남은 액수의 절반을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특례과세 대상을 은행까지 넓히고 세수를 에너지·금융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한다는 목적도 명시했다.

여당은 '횡재세' 자체에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소위 '성과급 잔치, 돈 잔치' 비난 여론전에 가세해 '은행 공공성'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서 해당 법령이 '금융시장의 안정' 등에 이바지한다는 제1조 목적 조항을 고쳐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에서 에너지, 금융 분야에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취지의 제도가 시행 중이다.

정부 측은 국내 산업 특성 상 횡재세 도입은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등은 세계적 경기 흐름에 따라 호황-불황 사이클이 매우 큰 만큼 호황 시기에 횡재세를 거둬들일 경우 불황 시기에 정부가 되레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는 추가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도 초과이익세를 도입하면 국내진출 외국계 금융회사의 해외 이전을 촉진하거나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은행이 경제학적 '공공재'는 아니되 공공성이란 측면은 있다"며 "은행업의 과점체제를 더 많은 은행들이 활동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고 건전성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논의 중인 횡재세에 대해서는 "협조를 구하는 차원의 말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창구 지도'의 법적 기반을 만드는 입법까지 하는 건 우리 헌법적 가치관과는 상이하다"며 "행정권으로 팔 비틀기를 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특히 "원칙에서 벗어나면 한도 끝도 없이 이런 표심잡기, 포퓰리즘, 위헌적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고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공공재'는 일종의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접근이고, 횡재세는 특정기업의 초과이익을 세금으로 거둬 일부 계층에 혜택으로 돌려주자는 선택적 세제 방식"이라며 "크게는 보편적 복지, 선택적 복지만큼이나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몇몇 국가가 횡재세 취지의 법안을 도입했으나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들간 긴장관계나 갈등관계가 심화하는 문화적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지금과 같은 고물가·고금리로 국민의 삶의 체감온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선동정치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한기호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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