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확장억제연습 등 빌미… ‘릴레이 무력시위’ 신호탄 [北 ICBM 도발]

박수찬 2023. 2.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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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한반도 정세
고강도 도발→ 4월 위성발사 감행 전망
김여정 “南 상대 안해” 항미봉남 의지
美 상대로 ‘강대강 대치’ 기조 재확인
“北 명령서 발사까지 9시간 넘게 걸려
보통 30∼40분… 반격능력 과장” 지적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반발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훈련 직후 미사일부대에 강화된 전투태세 유지를 지시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담화에서 ‘상응하는 대응’ 원칙을 밝힌 만큼 한반도 긴장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ICBM운용부대 중 제1붉은기영웅중대는 18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ICBM '화성-15'를 최대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했다고 조선중앙퉁신이 19일 보도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5,768.5㎞까지 상승해 거리 989㎞를 4천15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의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으며, 강평에서 '우'를 맞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4월까지 ‘릴레이 도발’ 이어질 가능성

외형상 북한은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18일 미사일 발사→19일 김 부부장 담화’라는 순서를 취했다. 특히 담화는 “위임에 따라 경고한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른 것임을 밝힌 뒤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 것이며 매사 상응하고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해 추가 도발을 강하게 암시했다.

이에 대해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의 성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22일 미국에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하고, 3월 중순에는 대규모 야외기동 및 상륙훈련이 포함된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DSC TTX는 북한 핵공격 시나리오를 상정한 연습이고, FS는 과거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독수리 훈련(Foal Eagle)과 유사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군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앞서 북한이 지난해 “군사정찰위성 1호기 제작을 2023년 4월까지 마치겠다”고 한 것과 연계, 한·미 연합훈련 실시 기간에 고강도 전략 도발을 감행한 직후 4월 위성 발사를 통해 ‘강대강’ 대치 국면을 조성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김 부부장 담화에선 북한의 ‘항미봉남’ 전략도 엿보인다. 담화는 “안보리를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 실행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밤낮 그 무슨 위협에 대비한다는 구실을 내들고 확장억지, 연합방위 태세를 떠들며 조선반도 지역에서 위험천만한 기도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한·미를 싸잡아 비난했다. 한국을 향해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고 조롱성 언급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안보리 회의 소집과 한·미 확장억제 연습 및 연합훈련 실시에 대한 반발·경고 성격의 ICBM 발사임을 밝히고 미국을 상대로 강대강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도를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남측을 상대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결연히 맞서겠다고 밝혀 항미봉남 의지를 보였다”며 “항미봉남이 위기 고조 후 ‘통미봉남’으로 급진전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미동맹 기조하에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언제든 쏜다” 강조했지만, 과장했을 가능성

북한은 화성-15형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사전 계획 없이 18일 새벽에 내려진 비상화력전투대기 지시와 이날(18일) 오전 8시 하달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서에 의해 불의에 조직됐다”고 밝혔다. 또 ‘미사일총국’ 존재를 거명, 미사일 발사 전담 조직 창설을 공식화하면서 미사일 발사 지시 체계, 평가 체계를 공개했다. 화성-15형이 한·미 연합군의 공격에 신속하게 맞서는 반격 능력도 갖췄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북한 주장대로 9시간22분 만에 ICBM을 발사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미 정보 당국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5형에 연료를 주입하려면 수십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성-15형 발사를 하루 앞둔 17일을 전후로 한반도에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비롯한 미군 정찰기들이 잇따라 나타난 것까지 감안하면, 북한 공식 발표보다 이른 시점에 내려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 해도 ICBM과 발사 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발사를 통해 화성-15형 비행거리가 연장되는 등의 성능 향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한계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 발사가 오후 5시22분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명령 하달부터 발사까지 9시간22분이나 걸린 셈이다. 핵보유국이 ICBM 반격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30∼40분이다. 현 수준에서 화성-15형은 첫 기습 공격 외에는 실전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 ICBM이 반격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어 공격적 목적의 기습 공격용 제1격(1st Strike) 무기로만 활용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수찬·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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