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대만 위기, 미·중·대만 행보는

한겨레 2023. 2.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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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지난달 12일 대만 가오슝 일대에서 열린 군훈련에서 대만 군인들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내려 뛰어가고 있다. 가오슝/AP 연합뉴스

[세계의 창] 왕신셴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최근 몇년 적잖은 국제문제 전문가들이 대만해협의 전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는 물론 대만에서도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말이 나왔고,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과 글로벌 기술 산업이 입을 타격을 우려하면서, 대만 반도체 기업 티에스엠시(TSMC)에 미국 투자를 늘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양안 관계를 중국·대만·미국 등 3자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중국은 올해 대만에 대한 외교 압박과 군사 위협 강도를 낮추지 않겠지만 교류와 통일전술을 주축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코로나19 완화로 교류를 늘릴 수 있게 됐고, 중국은 대만과의 경제·사회 융합 정책의 진도를 맞춰갈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가 순조롭게 끝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이 더 공고해졌고, 유화적인 대만 정책 노선에 대한 내부 저항도 줄어들게 됐다. 중국의 경제·사회 문제가 심각하고, 오랜 방역 정책으로 인한 민중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어서 중국은 대외 관계는 물론 양안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에 대해 중국공산당이 보인 강경한 태도가 2020년 대만 총통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해 내년 대만 총통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베이징 당국의 고려 사항이다. 이는 오는 3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될 왕후닝을 비롯해 쑹타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 등이 최근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양안 교류 정상화를 조속히 회복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하는 이유다.

대만은 양안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더욱 심각하게 ‘평화’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최근 대만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런 변화가 보이는데, 국민 80% 이상이 중국이 대만에 대해 ‘점점 더 비우호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양안 간 전쟁 가능성은 커졌지만 대만군의 전쟁 준비는 부족하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취한 행동을 본 대만인 중 약 40%는 중국이 침략했을 때 미국이 무기나 물자만 제공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단지 10%만이 미국이 대만에 와서 싸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만 사회에 ‘미국 회의론’이 대두하는 이유이다. 이로 인해 집권당인 민진당 정부는 중국과의 ‘대결’ 정책에서 ‘평화’ 정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이런 전략 변화는 양안 교류를 늘릴 것이다.

미국 입장을 보면, 비록 최근 미-중 간 전술적 타협이 이뤄지고 있지만 양국 간 전략 경쟁은 분명히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인의 반중 감정이 고조됐고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중국 의제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만은 미-중 지정학적 대결과 과학기술 전쟁의 가장 중요한 고리가 되어 이 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올해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의제는 세가지다. 첫째, 케빈 매카시 새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때 중국의 대응이 지난해 낸시 펠로시 의장의 방문 때보다 더 격렬할지 여부이다. 둘째, 미국 의회가 제출한 ‘대만정책법안’의 최종 조항이 중국의 민감한 주권 문제를 포함할지 여부이다. 셋째, 미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중남미 동맹국 방문을 허용할지, 미국을 경유할 때 높은 수준의 대우를 할지 여부 등이다.

올해는 중국과 대만 간 ‘대규모 교류의 해’가 될 것이다. 대만 국민은 양쪽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교류를 기대하고 있지만, 큰 변수는 역시 미-중 관계이다. 미-중 대결 아래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더 분명해질 것이며, 미국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통제하는 ‘이대제중’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 놓인 대만은 작은 나라의 무력함을 여실히 실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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