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M&A로 화장품·제약 성장 이끌 것"

이새봄 기자(cestbon@mk.co.kr) 2023. 2.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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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
창업주 2세로 2009년 회사 합류
공격적 M&A 이끌어 '승부사' 별명
美 콜마 상표권 인수…글로벌 공략 박차
"韓스타트업·미국·동남아 투자 확대"

지난해 5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화장품 생산기업 '콜마(KOLMAR)' 브랜드의 주인이 한국콜마홀딩스로 바뀌었다. 1990년 일본콜마와의 합작으로 한국콜마를 설립한 뒤 32년 만이다. 브랜드 상표권 인수는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49) 주도하에 이뤄졌다.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업계 역사상 한국 기업이 글로벌 본사의 브랜드 상표권을 인수한 첫 사례다. 그는 콜마 브랜드 인수를 발표하며 "창립 32년 만에 한국콜마가 전 세계 콜마의 중심이 됐다"며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리딩하는 주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상징적인 일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콜마홀딩스 창업자인 윤동한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은 2009년 한국콜마 상무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해왔다. 베인앤드컴퍼니 등 여러 컨설팅 회사를 거친 그는 한국콜마에 합류한 이후 잇달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회사를 키워나가면서 업계에서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대표작'은 2018년 2월 CJ그룹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다. 당시 윤 부회장은 화장품과 건기식 위주의 기존 사업에 대해 콜마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직접 M&A를 주도했다. 당시 인수가액은 1조3100억원이었다. 이후 CJ헬스케어의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바꾸고 2021년 8월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했다. 윤 부회장은 "화장품 제조 분야는 국내와 주요 글로벌 시장을 놓고 봤을 때는 안정적이지만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와 같이 성장성이 있는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HK이노엔이 개발한 국내 30호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처방 실적 3000억원을 달성하며 HK이노엔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윤 부회장은 2021년 12월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개발·정밀 의료 플랫폼 기업인 '넥스트앤바이오' 지분 40%를 인수하며 관련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집중했다. 넥스트앤바이오는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바탕으로 재생의료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 중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윤 부회장은 "오가노이드는 약물·진단 쪽 외에 인공 피부를 통한 화장품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특히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동물 실험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오가노이드 인공 피부를 통한 화장품 실험·개발에 대한 전망이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산업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뿐 아니라 화장품·건기식 산업을 융합해 현재의 사업 구조를 재편해나갈 것이라는 게 윤 부회장 계획이다. 한국콜마홀딩스는 넥스트앤바이오 외에도 최근 2년간 세포치료제 개발 및 생산 전문 기업 '지아이셀', 바이오 벤처 기업 '셀인셀즈', 신약 개발 기업 '노바셀테크놀로지', 내시경 의료기기 스타트업 '다인메디컬그룹' 등 국내 유망 바이오 벤처 기업에 투자해왔다.

미래 시장 재편을 염두에 둔 윤 부회장은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콜마그룹은 지난해 9월 KB 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총 2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펀드에 단독 출자 기업으로 참여했다. 한국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연우 등 5개사가 100억원씩 총 500억원을 출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른 미국뿐 아니라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망한 바이오 벤처, 유통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화장품 제조라는 기존 분야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 부회장은 미래 성장 축이 글로벌에 있다고 판단해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2016년 콜마 USA(옛 PTP), 콜마 캐나다(옛 CSR)를 인수해 생산기지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가동해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비즈니스 허브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30조원 규모의 중동 화장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시장에 맞춤형 자체브랜드(PB)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콜마가 개발한 제품은 아랍에미리트 수출입 비즈니스 컨설팅 기관인 UAE BPC에서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숍을 통해 중동 전 지역에 유통될 예정인데, 이는 국내 화장품 기업 중 최초의 성과다.

지난해 화장품업계에서 가장 큰 M&A 사례로 꼽히는 화장품 용기 회사 '연우' 인수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나가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다. 윤 부회장은 "용기 회사 인수를 통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내용물과 용기 디자인까지 화장품 사업 전체의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친환경'과 '업사이클링'을 비롯한 'ESG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에도 공을 들인다. 단순히 사회공헌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제품 개발과 관련 시장 선점으로 이뤄진다. 일례로 한국콜마가 개발한 종이튜브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8배나 증가했다.

▷윤상현 부회장은…△1974년 서울 출생 △1993년 중동고 졸업 △1999년 서울대 학사 △2000년 영국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석사 △2002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경영공학 석사 △2006년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2009년 한국콜마 입사(상무) △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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