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분노 외면하더니 정부가 비판하자 움직인 대한항공

2023. 2. 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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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비판하자 대한항공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일리지로 구매하는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고, 보너스 좌석 비중이 높은 특별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트릴 때는 외면하더니 정부와 정치권이 질책하자 반응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4월부터 시행 예정인 새 마일리지 제도는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인천~뉴욕 구간(편도) 프레스티지석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필요한 마일리지는 6만2500마일에서 9만마일로 늘어나게 된다. 마일리지 항공 좌석 자체가 부족한 데다 차감 폭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애써 쌓은 마일리지가 날아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민 분노가 거세지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5일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17일 대한항공 개편안에 대해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이 검토 중인 추가 혜택에 대해서도 "조삼모사식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사기업의 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얼마나 크면 국토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나섰을까 싶다. 대한항공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부글부글 끓을 때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개편"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개편안을 2020년 4월 적용하려다 코로나19로 적용을 3년 미룬 것일 뿐이라는 입장만 거듭 밝혔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이 비판에 가세하자 비로소 개편안 시행 시기 연기, 소비자 혜택 확대 방안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 눈치는 보면서 소비자 편익은 가볍게 여기는 행태는 실망스럽다. 코로나19로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못한 채 해외여행을 꿈꿔온 소비자들이 가치 삭감에 허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항공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합리적인 마일리지 사용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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