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대적 M&A에 떠는 기업들 … 美·日 수준의 방어수단 필요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의 시작은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매입이었다.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자 경영권 위협을 느낀 기업들이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상장사 2203곳 가운데 405곳(18.4%)이 경영권 방어 수단을 1개 이상 도입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임원이 임기 전에 물러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이나 스톡옵션을 주는 황금낙하산과 이사회 교체 결정 등을 내릴 때 발행주식 총수의 70% 이상이 참석하고 그중 90% 찬성을 얻도록 한 초다수결의제는 모두 기업 인수 시도를 무산시키려는 장치다. 그만큼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로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후 경영진을 압박하는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2019년 8개에 불과했던 행동주의 펀드 공격 대상 기업은 2021년 27개, 2022년 47개로 크게 늘었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는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단기 차익실현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다. 자본주의 역사가 긴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대주주는 악, 소액주주는 선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기업들이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협에 대한 방어 수단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권 방어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현대자동차를 공격한 엘리엇매니지먼트 사례에서 보듯 행동주의 펀드가 항상 선은 아니다. 차등의결권(지배주주에게 보통주의 몇 배에 달하는 의결권 부여), 황금주(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권리를 가진 주식),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새 주식 매입 권한을 부여) 등을 도입해 기업에 미국·일본 기업 수준의 경영권 보장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필요한 자원을 쓰지 않고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은 행동주의 펀드의 '먹튀'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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