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대표로 노숙자 앞세운 ‘거래 규모 13조’ 대포 통장 조직 38명 검거...배후엔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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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포 통장' 수천개를 개설한 뒤 대여료를 받으며 이를 유통한 조직폭력배 조직원 등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이 유통한 대포 통장으로 거래된 자금의 규모는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3년간 총 528개의 유령 법인 사업자를 등록해 1048개의 대포 통장을 개설했으며, 이 통장은 월 170만원가량의 대여료를 받아 범죄 조직에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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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048개 대포통장 개설...월 170만원에 대여
212억원 상당 수익…거래된 자금 규모 12조8000억원
경찰, 보이스피싱 수사 중 첩보 입수해 총책부터 검거
이른바 ‘대포 통장’ 수천개를 개설한 뒤 대여료를 받으며 이를 유통한 조직폭력배 조직원 등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이 유통한 대포 통장으로 거래된 자금의 규모는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업무방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폭 출신 총책 A씨 등 대포 통장 유통조직 피의자 38명을 검거하고 그 가운데 6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 6월 대구에서 대포 통장 유통조직을 결성한 뒤 대여료를 받으며 국내·외 범죄조직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3년간 총 528개의 유령 법인 사업자를 등록해 1048개의 대포 통장을 개설했으며, 이 통장은 월 170만원가량의 대여료를 받아 범죄 조직에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총 2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포 통장을 통해 거래된 불법 자금의 규모는 입금액 기준으로 12조8000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불법 수익을 환수하고자 전체 대포 통장 계좌 가운데 566개 계좌에 대해 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잔액 46억원과 현금 1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했다.
이들은 경찰이 지난해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대구에 전문적으로 대포 통장을 개설하고 이를 범죄 조직에 유통하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꼬리를 밟혔다.
이후 총책과 공범을 특정한 경찰은 5개월간 추적 끝에 5개 장소에 대한 동시 체포·압수수색을 진행해 주요 피의자를 검거한 뒤 조직원 등 32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조직을 결성한 총책과 총괄 지휘책은 각각 대구 지역 조폭이며 주요 조직원들은 형제 또는 과거 교도소에서 만난 인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각각 총책, 총괄 지휘책, 계좌 관리책, 법인 설립책, 통장 개설책 등 역할을 분담했고,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활동 내역을 보고·지시하기도 했다. 또 경찰 수사에 대비해 일종의 행동수칙을 공유하고 단체 대화방 안에서는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주거가 일정치 않은 노숙인을 법인 대표자로 등재하고 직접 원룸에서 관리했다. 이후 1개 법인 등기로 수개의 지점 사업자를 등록하고 사업자 1개당 수개의 유령 법인 계좌를 개설했다.
사업자 등록 때 필요한 임대차 계약서를 확보하기 위해 1개 호수의 부동산을 2개의 호수로 쪼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경찰은 범죄 목적으로 설립된 유령 법인 명의 대포 통장 근절을 위해 경찰 수사 단계부터 해산 명령 신청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상법상 회사 명령 청구는 이해 관계인과 검사 만이 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검사의 해산명령이 없는 이상 경찰 수사 단계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불가하다”며 “해산 명령 신청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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