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돌려줘, 배째”…갭투자 10채 중 4채 보증금 떼일 수 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2. 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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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상사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은 정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A씨는 최근 전세살이 중인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정가가 생각보다 낮고 선순위 대출이 있어 보증금 회수도 어려운 상황. A씨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만 같은 집주인으로부터 피해를 본 세입자가 세 가구나 나왔다.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단체로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집주인은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서 대출금을 못 갚겠으니 배째라”면서 뻔뻔하게 맞섰다.

고금리발 부동산 하락장에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택가격이 20% 떨어지면 갭투자로 거래된 집 10채 중 4채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최근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시 집주인이 세입자 전세 보증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깡통 주택’이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겼다. 특히 내년 상반기가 고비일 것으로 예측됐다.

국토연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작년 6월까지 주택 취득 자금 조달 및 입주 계획서를 통해 매맷값이 하락했을 때 보증금이 미반환될 가능성을 따져봤다. 조사 기간 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 방식의 거래는 73만3000건으로 확인됐다.

전세 계약 기간을 최대 4년(2+2년)으로 강제하는 계약 갱신 청구권 제도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집값이 갭투자 시점 대비 20% 하락하면 최대 29만3200가구(40%)에게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임차인이 모두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하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1%로 줄어든다.

집주인이 현금성 금융자산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채운 대출, 보유 주택 처분 등을 동원해 자금을 최대한으로 마련했을 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경우도 최대 21만300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 확보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도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주택은 집값이 갭투자 시점 대비 15% 하락하면 1만가구, 집값이 갭투자 시점 대비 27% 하락하면 1만3000가구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국토연은 부동산 상승기에 전세가율이 오르면서 임차인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거래가 증가해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2월까지 월평균 6000건 수준에 그쳤던 보증금 승계 매매는 그해 3월부터 평균 2만건으로 급증했다.

국토연은 전세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는 갭투자 주택이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기록한 만큼 내년 상반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주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담보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의 일부를 관계기관에 예치하고, 예치하지 않은 부분은 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도록 하는 보증금 예치제도를 도입을 제안했다.

박진백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증금 상환 능력이 있는 임대인과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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