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없는 조종실' 초읽기…완전 자동비행 연구 본격 시동

이정호 기자 2023. 2. 19. 0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군의 C-5 대형 수송기 조종실 모습. 각종 장비에 전자공학이 적용되긴 했지만, 조종사 없이는 운항이 불가능하다. 최근 릴라이어벌 로보틱스와 미 공군은 조종을 완전 자동화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미 정부 제공

조종사 없이 이륙해 비행을 마치고 착륙까지 하는 대형 군용기를 등장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덩치가 작은 무인 항공기를 사람이 지상에서 원격 조종하는 현 수준의 기술을 훌쩍 뛰어 넘어 기체에 탑승하는 조종사 역할을 할 수준 높은 자율비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미국의 항공기 소프트웨어 기업인 릴라이어벌 로보틱스는 여러 개의 제트엔진을 장착한 대형 군용기의 조종을 완전 자동화화는 연구개발 계약을 미 공군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자동조종 기술의 목표는 활주로에서 이륙해 상공에서 비행한 뒤 다시 착륙하는 일련의 과정을 항공기가 기체에 탑승하는 조종사 없이 홀로 수행하는 데 있다. 인간의 역할은 비행기 밖 통제센터에서 자동 조종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감독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수십년 전부터 항공기에는 ‘자동운항(오토 파일럿)’ 기능이 탑재돼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장치의 기능은 조종사의 업무 보조다. 순항에 들어섰을 때 조종사가 입력한 방향과 고도대로 비행기가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때에도 조종사는 관제탑과 교신하고 계기를 점검·통제해야 한다.

착륙 과정을 오토 파일럿에서 보조 받을 수 있지만, 강풍처럼 인간의 판단력이 필요한 기상일 때에는 수동 조종을 해야 한다. 특히 이륙은 조종사가 오롯이 홀로 해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일을 수행할 숙련된 군 조종사를 만들려면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과 십수년의 시간이 들어간다. 조종사를 군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받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조종사처럼 중요한 전투 자원을 출격 때마다 적의 대공무기나 항공기에 노출시켜야 하는 건 전쟁 수행 능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가 항공기 조종을 맡게 되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릴라이어벌 로보틱스는 보고 있다.

이번 자동조종 기술은 미 공군이 기존에 운영 중인 대형 항공기에 적용된다. 자동조종 기술을 넣겠다고 새로운 항공기를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미 공군이 보유한 동체 길이 75m짜리 C-5 갤럭시 같은 구형 항공기가 대상이다. C-5 초기형 기체는 1970년대에 등장했다.

이 기술을 민간 항공기에 도입할지는 향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승객들이 조종실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릴라이어벌 로보틱스는 자동조종 기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는 “비행 계획을 정교하게 세우고 더 완벽하게 기체를 통제해 치명적인 항공기 사고의 원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