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없는 조종실' 초읽기…완전 자동비행 연구 본격 시동
조종사 없이 이륙해 비행을 마치고 착륙까지 하는 대형 군용기를 등장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덩치가 작은 무인 항공기를 사람이 지상에서 원격 조종하는 현 수준의 기술을 훌쩍 뛰어 넘어 기체에 탑승하는 조종사 역할을 할 수준 높은 자율비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미국의 항공기 소프트웨어 기업인 릴라이어벌 로보틱스는 여러 개의 제트엔진을 장착한 대형 군용기의 조종을 완전 자동화화는 연구개발 계약을 미 공군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자동조종 기술의 목표는 활주로에서 이륙해 상공에서 비행한 뒤 다시 착륙하는 일련의 과정을 항공기가 기체에 탑승하는 조종사 없이 홀로 수행하는 데 있다. 인간의 역할은 비행기 밖 통제센터에서 자동 조종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감독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수십년 전부터 항공기에는 ‘자동운항(오토 파일럿)’ 기능이 탑재돼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장치의 기능은 조종사의 업무 보조다. 순항에 들어섰을 때 조종사가 입력한 방향과 고도대로 비행기가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때에도 조종사는 관제탑과 교신하고 계기를 점검·통제해야 한다.
착륙 과정을 오토 파일럿에서 보조 받을 수 있지만, 강풍처럼 인간의 판단력이 필요한 기상일 때에는 수동 조종을 해야 한다. 특히 이륙은 조종사가 오롯이 홀로 해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일을 수행할 숙련된 군 조종사를 만들려면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과 십수년의 시간이 들어간다. 조종사를 군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받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조종사처럼 중요한 전투 자원을 출격 때마다 적의 대공무기나 항공기에 노출시켜야 하는 건 전쟁 수행 능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가 항공기 조종을 맡게 되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릴라이어벌 로보틱스는 보고 있다.
이번 자동조종 기술은 미 공군이 기존에 운영 중인 대형 항공기에 적용된다. 자동조종 기술을 넣겠다고 새로운 항공기를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미 공군이 보유한 동체 길이 75m짜리 C-5 갤럭시 같은 구형 항공기가 대상이다. C-5 초기형 기체는 1970년대에 등장했다.
이 기술을 민간 항공기에 도입할지는 향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승객들이 조종실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릴라이어벌 로보틱스는 자동조종 기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는 “비행 계획을 정교하게 세우고 더 완벽하게 기체를 통제해 치명적인 항공기 사고의 원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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