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 위안’ 세대가 된 중국인[차이나인사이드]

박준우 기자 2023. 2. 18. 19: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경제학자 우석훈은 지난 2007년 저서 '88만 원 세대'를 통해 비정규직, 저임금, 양극화 속에 한국의 20대들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계속 저소득층으로 남는 등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서 제목에 등장하는 '88만 원'(당시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 원에 20대 비중 73%를 곱한 금액)은 저소득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금액으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참금 88만 위안 때문에 자살 유언비어 확산 속

中 당국 "고가 지참금 근절" 대대적 캠페인 나서

한국 경제학자 우석훈은 지난 2007년 저서 ‘88만 원 세대’를 통해 비정규직, 저임금, 양극화 속에 한국의 20대들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계속 저소득층으로 남는 등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책에서 주장한 그의 이론은 논리적이기보단 많이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일부 주장은 비정규직의 임금 상승이나 처우 개선에 나서게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저서 제목에 등장하는 ‘88만 원’(당시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 원에 20대 비중 73%를 곱한 금액)은 저소득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금액으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2023년 중국에서도 ‘88만 위안’(약 1억6545만 원)이란 금액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춘제(春節·설 연휴) 전후 중국 SNS에선 장시(江西)성 러핑(樂平)시에서 "결혼 지참금(차이리·彩禮)으로 ‘88만 위안’은 받아야 한다"는 신부 측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 것 같은 신랑 어머니가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 확산했고 경찰이 수사까지 나섰다.

신랑이 결혼하며 신부 측 집안에 건넨다는 지참금 문화는 중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내 소득 증가와 지참금도 함께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푸젠(福建)성에선 200만 위안 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특히나 농촌이나 가난한 집에서는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는 도농 격차 발생 및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까지 꼽히고 있다.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유언비어로 밝혀졌고 사건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88만 위안’은 SNS 상에서 ‘과도한 지참금’ 또는 ‘허례허식’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러핑시가 속한 장시성의 이미지마저 나빠졌다. 실제 중국에서 ‘88만 위안’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8’자가 두 번이나 들어가 결혼 지참금으로 많이 요구되는 금액이다.

중국 장시성 러핑시에서 주민들이 고가의 지참금을 거부하자는 퍼포먼스에 나서고 있다. 러핑시는 최근 지참금 문제로 신랑측 모친이 자살했다는 루머가 확산하면서 ‘허례허식의 고장’이란 불명예마저 쓰고 있다. 앙광망 캡처

88만 위안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참금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당국의 움직임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16일 중국 당국은 2021년부터 3년 째 ‘중앙 1호 문건’에 지참금 문제를 특별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1호 문건은 중국 지도부가 매년 연초에 발표하는 최우선 정책 추진 과제다.

중앙정부의 방침 속에 지방 당국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공산주의청년단 러핑시 위원회는 도시 청년들에게 고가의 예물을 의식적으로 보이콧할 것을 제안했다. 또 러핑시는 3급 간부회의를 열어 지역 풍속을 바꾸기 위한 3개년 특별작전을 추진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장쑤(江蘇) 성 등에서는 관료들이 고가의 지참금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이같은 정책이 중국의 오래된 고질병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경고를 천명했던 중국이 가짜뉴스를 계기로 대규모 자성에 나서는 현실은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베이징=박준우특파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