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알아서 뚝딱, ‘노션 AI’ 직접 써봤다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2023. 2.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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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AI 신청 웹페이지/ 출처:노션

챗GPT(ChatGPT)는 기사, 작사, 논문, 시 등 수많은 종류의 텍스트를 생성하며 심지어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코드까지 스스로 만든다.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 덕에 챗GPT는 삽시간에 유명세를 탔다. 실제 챗GPT는 공개 두 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MAU) 1억명을 확보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 인공지능을 접목한 서비스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검색엔진 빙(Bing)과 웹 브라우저 엣지(Edge)에 챗GPT를 개선한 챗봇을 적용키로 했다. 구글은 자체 생성 인공지능 바드(Bard)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뒤쫓고 있다.

허나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업체는 이들이 전부가 아니다.

챗GPT의 유명세와 두 공룡 빅테크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션(Notion)도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노션은 메모 앱 겸 협업 툴로 국내외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노션은 지난해 말 ‘노션AI’ 알파 버전을 공개했다. 단 모두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신청 순서에 따라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약 두 달 전에 사용 신청하면서 받은 대기번호는 20만 번대였다. 그리고 최근 사용 기회가 주어진 것을 확인했다.

노션AI가 뭐지? 챗GPT랑 비슷한 건가

노션AI로 작성 가능한 초안 종류

노션AI와 챗GPT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텍스트를 만들어준다는 점은 같지만, 노션AI는 엄연히 노션 안에 탑재된 기능이다. '글쓰기 도우미'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챗GPT는 인공지능 챗봇이다.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 세트에서도 차이가 있다. 노션AI는 오픈AI의 언어 모델 GPT-3를 학습했고, 챗GPT는 이보다 개선된 GPT-3.5를 기반으로 한다.

참고로 생성 인공지능은 매개변수(파라미터)가 많은 데이터 세트를 학습할수록 성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매개변수란, 신경망을 이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노션AI에 쓰인 GPT-3는 약 1750억개 매개변수를 지니고 있다. 챗GPT의 GPT-3.5의 매개변수 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GPT-3 보다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뭘 써야 할지 고민이네...노션AI, 아이디어 있니?

글쓰기의 첫 단계는 주제 선정이다. 주제를 선정하고 자료를 찾고, 내용을 정리한 다음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된다. 특히, 글을 쓰기 전 주제 선정 단계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누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순 없을까. 노션AI의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기능은 이런 고민을 덜어준다.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기능에 '스마트폰 배터리' 키워드를 입력한 결과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은 사용자가 특정 키워드를 제시하면, 인공지능이 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주는 기능이다. 노션AI에 ‘스마트폰 배터리’ 키워드를 던져봤다. 그러자 노션 AI는 ▲태양광 배터리 충전 ▲보조배터리 소개 ▲실시간 배터리 상태 확인 ▲빠른 충전 기술을 포함해 총 10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번에는 ‘판매 전략’ 키워드를 입력해봤다. 노션AI는 ▲사용자 보상 프로그램 ▲이익 증진을 위한 프로모션 ▲온오프라인 프로모션 ▲인플루언서 활용 ▲다른 비즈니스와 협업과 같은 여러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글쓰기와 전혀 관계없는 키워드도 곧잘 대답한 셈이다. 참신해보이진 않지만, 회의 전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듯하다.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기능에 '판매 전략' 키워드를 입력한 결과

글은 도입부가 어려운데...노션 AI에 맡긴다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더라도, 도입부를 눈앞에 두고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사실 자료를 충실히 조사했다면,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언제나 문제는 시작이다. 다시 한번 노션AI에 도움을 청했다. 노션에서 새 페이지를 생성하고 ‘AI로 글쓰기 시작’을 선택한 다음, ‘좋은 스마트폰 고르는 방법’을 입력했다.

노션AI가 작성한 '좋은 스마트폰 고르는 방법' 도입부

그러자 노션AI가 알아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션AI는 단 몇 초 만에 글의 도입부를 완성했다. 글의 완성도를 내심 걱정했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노션AI는 꽤 그럴싸한 문단을 눈앞에 내놨다. 노션AI는 ‘스마트폰 구매는 매우 복잡하며, 고르기 전에 먼저 당신의 요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기기의 사양, 준비해둔 예산에 맞는 스마트폰을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키워드가 단순해서 쉽게 썼나'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복잡한 ‘갤럭시 S23 vs 아이폰 14’ 키워드를 던졌다. 이번에도 노션AI는 거침없이 글을 작성했고, 순식간에 도입부를 완성했다. 노션AI는 ‘두 스마트폰에서 두 스마트폰의 차이를 알아보고, 무엇을 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할지 알려주겠다’는 짧지만 간결한 문단을 완성했다. 기대 이상이다.

노션AI가 작성한 '갤럭시 S23 vs 아이폰 14' 도입부

보도자료·시?...노션AI, 더 사용해볼까

노션AI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작성한다. 예컨대 보도자료, 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에세이, 시, 독창적인 얘기 등을 만들 수 있다. 먼저 보도자료 작성을 명령했다. 키워드로 최근 애플이 출시한 스마트스피커 ‘홈팟 2세대’을 쥐여줬다. 역시나 망설임 없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노션AI가 작성한 애플 홈팟 2세대 보도자료 첫 문단

‘홈팟 2세대 런칭’이라는 제목을 스스로 만들더니, 보도자료 형태로 글을 작성했다. 보통 신제품 출시 보도자료는 제품의 특징과 장점으로 도배돼 있다. 노션AI가 생성한 홈팟 2세대 보도자료도 그랬다. 노션AI는 홈팟 2세대에 대해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스마트폰에 연결해 다양한 스트리밍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시 작성을 명령해봤다. 시는 짧은 내용에 많은 의미를 함축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해낼 수 있을까. 역시 기우였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라는 키워드를 건네자, ‘드리머(Dreamer)’라는 시를 생성했다. ‘그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기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술 별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다’, ‘그는 창조력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영감’이라고 한다. 제법이다.

노션AI가 '일론 머스크' 키워드로 작성한 시 '드리머(Dreamer)'

글이 부실한데...노션AI 보충 가능하니?

글을 쓰다 보면 종종 특정 구간에서 막히거나, 내용을 보충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마침 노션AI에 ‘이어쓰기’, ‘늘려 쓰기’ 기능이 있어 사용해봤다. 이어쓰기를 선택하자, 노션AI가 다음 내용을 알아서 작성했다. 늘려 쓰기를 명령하자 내용이 조금 변하긴 했는데, 기대했던 것 만큼 변화는 없었다. 다음 내용을 써주는 이어쓰기는 꽤 유용해 보인다.

'이어쓰기' 기능을 선택하자 노션AI가 다음 문단을 스스로 작성했다. 흰 박스 내 텍스트가 추가로 작성한 부분

초고를 작성한 이후에는 오탈자와 비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노션AI는 맞춤법 검사 기능을 제공한다. 글의 ‘톤’을 바꿀 수도 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외 요약과 번역 기능은 꽤 쓸만했다. 현재 작성 중인 글이 전달하려는 목적을 파악해, 한 문단으로 제시했다. 번역은 한국어 포함, 총 14가지 언어를 지원한다.

노션AI에 요약하기를 요청한 결과. 흰 박스 내 텍스트가 요약본

노션AI, 분명 좋긴 한데...아직 갈 길이 멀다

노션AI는 다양한 글을 알아서 작성해주기에, 향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안된다. 종종 상식에 맞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긴 어려울 듯하다. 앞서 챗GPT는 공개 초기 ‘유리 섭취의 장점’이라는 글을 작성해서 논란을 빚었다. 노션AI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유리 섭취의 장점을 설명한 글을 작성한 것.

노션AI가 '유리 섭취 장점' 키워드로 작성한 가짜 정보

노션AI는 유리에 칼슘과 아연,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포함돼 있다며 매일 채소로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다면 유리를 섭취하라고 제안했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유리를 섭취하면 위험하다. 이뿐 아니라 노션AI는 ‘갤럭시 S23을 맛있게 먹는 법’이라는 글도 만들었다. 갤럭시 S23을 적당히 잘라서 식초나 간장에 절여서 먹으라고 한다. 스마트폰을 먹는 사람이 있을까. 이 역시 말도 안 되는 정보다.

'갤럭시 S23 맛있게 먹는 법'이란 명령어에 노션AI가 내놓은 비상식적인 답변

사실과 다른 부정확한 정보도 눈에 띈다. 예컨대 노션 AI는 갤럭시 S23 시리즈에 원UI 3.0이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원UI 3.0은 안드로이드 11을 기반으로 하는 구형 버전이다. 최신 모델인 갤럭시 S23 시리즈는 원UI 5.1 버전을 사용한다. 이외 갤럭시 S23을 소개하면서 2년 전 모델인 갤럭시 S21과 비교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사용자가 노션AI의 사소한 오류를 찾아낼 수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 게 나을 듯하다. 노션AI는 출처 표시 기능이 없어,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더욱 어렵다. 단, 이는 노션AI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세대 생성 인공지능이 지닌 한계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노션AI는 인종차별적 단어 '칭챙총(Ching Chang Chong)'에 응답하지 않았다.

노션AI는 한글에 약했다. 한글 키워드를 제시했을 때, 가끔 영문으로 쓰여진 글을 생성했다. 이 때문에 번역 기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노션AI의 번역체는 어색한 부분이 많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이라면 인종 차별적 글은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션AI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데 쓰이는 ‘칭챙총(Ching Chang Chong)’이라는 키워드에 반응하지 않았다.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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