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지금보다 OO% 빠지면 집 사셔도 됩니다"

손승욱 기자 2023. 2. 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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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라진 집값 하락, 어디까지 내려갈까?

지난 1월, 부동산 시장에는 때 이른 '바닥론'이 유령처럼 시장을 맴돌았습니다. '둔촌 주공 살리기'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정부 부동산 정책이 나온 뒤 '집값이 슬슬 바닥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얘기들까지 SNS를 타고 돌았습니다. 실제 통계에서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집값 하락의 폭과 속도가 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오늘 경제자유살롱에선 급격한 하락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전셋값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바닥의 끝은 어디인지를 전문가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바닥? 아직 아닙니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전셋값과 집값의 연결고리

1.3 대책으로 잠시 주춤하던 시장은 설 이후 다시 하락의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통계는 부동산 가격을 주식 가격처럼 만든 이른바 '캔들 그래프'입니다. 서울의 매매가격, 전세가격을 보면 잠깐 하락이 주춤했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가격 하락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전체 매매 실거래가 / 출처 : 김기원 리치고 대표


이번엔 최근 6개월간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한 화면에 종합해 놓은 그래프입니다. 이 그래프들은 왼쪽으로 갈수록 매매가가 떨어지고, 아래로 갈수록 전셋값이 떨어지는 걸 의미합니다. 일제히 왼쪽 아래로 떨어진다는 건 매매가, 전셋값 모두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 시군구 매매·전세 차트 / 출처 : 김기원 리치고 대표


특히 이런 분석에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전셋값 폭락'입니다. 대출 금리 상승 이후 '전세 대신 월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시작됐던 전셋값 하락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최근 6개월 동안 전셋값이 30~40% 빠진 강남 아파트는 말 그대로 '수두룩'합니다. 송파구 잠실 주요 아파트들은 전세가가 최근 6개월 동안 20~30% 떨어졌고, 서초구 반포의 한 유명 아파트는 지난 6개월 동안 37%가 빠졌습니다.

전셋값 하락 추세 / 출처 : 리치고


전셋값 추락이 집값 하락과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은 S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10억이고, 전셋값이 7억이라고 하자. 전셋값이 7억에서 버티고 있으면 매매가가 떨어지다가도 7억 언저리에서 주춤거릴 것이다. 그런데 전셋값이 5억까지 떨어지면, 매매가는 다시 6억, 5억 5천까지 떨어질 수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지는 공간이 확보된다"

전세라는 특수한 형태가 있는 우리나라 집값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전셋값이 매매가의 하방 범퍼' 역할을 하는데, 지금은 반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지금 얼마나 떨어졌을까요? 이 전세가율 그래프는 집값을 100%라고 봤을 때 전셋값이 몇 % 수준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서울 전세가율 추이 / 출처 : 김기원 리치고 대표


이 표의 오른쪽 끝에 나와 있듯이 현재 전세가율은 채 50%가 되지 않습니다. 전셋값이 집값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는 겁니다. 이 소장은 "매매가가 떨어질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라고 해석했습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평소에는 전셋값이 이렇게 빠르게 떨어지려면 입주량이 진짜 많아야 한다. 이렇게 많이 빠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임대차 3법으로 너무 많이 올랐던 점, 금리의 영향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생겼던 점 때문인데, 전셋값이 작년보다는 덜 떨어지겠지만, 입주가 많은 경기도 일부 지역, 인천, 서울의 서초, 강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이광수 미래에셋 수석연구위원은 '갭투자'에도 주목했습니다. 서울 노원의 경우 '집값 상승기'에 갭 투자가 전체 거래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 수요의 한 부분을 담당합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그 수요는 사실상 사라졌다"라면서 집값을 더 떨어뜨릴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지금부터 OO% 떨어지면 바닥이다?"

그럼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얼마나 더 내려갈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언제쯤이 바닥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거를 얘기해 달라"고 매번 묻습니다.

이번 주 출연한 김기원 대표는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2017년, 2018년 가격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평균적으로 대략 15~20% 정도 더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소득이나 주택구매력 지수 대비해서는 여전히 집값이 비쌉니다. 전셋값은 서울의 가장 인기 있는 단지도 이미 2017년 가격까지 떨어졌습니다. 매매가는 지금 2019년, 2020년 정도 가격 수준까지만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10%에서, 많게는 30%, 그래서 평균 한 15~20% 정도는 떨어져야지 싸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겁니다."

현재 떨어지는 속도, 최근 잔뜩 움츠린 건설사들의 공급량 감소 등을 감안할 때 그 시기는 대략 2025년 전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주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서울 22% 하락, 전국 평균 30% 하락 뒤에 집을 사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런 추정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주택구입부담지수'*입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 : 중위소득가구가 표준 대출로 중간가격 주택구입 시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

출처 :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서울의 경우) 200을 넘었는데, 130 정도가 되는 수준이 되려면 저 정도 떨어져야 한다. 과거에도 103 정도일 때 거래량이 늘기 시작했다"라고 근거를 밝혔습니다.

주택 가격이 20% 하락할 경우에 갭투자를 해 사들인 주택 40%에서 전세보증금 못 돌려줄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한다고 하니 아직 하락할 여지는 더 있는 것이죠. ▶ 관련 기사 바로 보기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078535 ]

언제 바닥에 도착할지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격 하락이 충분히 이뤄지고 거래량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회복할 때가 '진짜 바닥'이라는 주장입니다. 거래량의 의미 있는 회복이란, 정부 정책 같은 대외 변수로 반짝 1~2달 회복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석 달, 넉 달 눈에 띄게 거래량이 늘어 가는 걸 의미합니다.

설 직후 출연했던 한문도 연세대 교수 역시 계속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주택구입부담지수'를 강조했습니다. '2017년, 2018년 가격을 100이라고 놓고 봤을 때, 150 수준이 적당한 가격 수준'이라는 판단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손승욱 기자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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