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 18세' 이해인의 모든 것... 금메달과 K팝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오빠들 응원하느라 목이 다 쉬었어요. 남자 경기 때 병아리 소리가 바로 저에요."
'포스트 김연아'로 꼽히는 이해인(18·세화여고)은 응원도 열심히 했다.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한 뒤 남자 싱글에 출전한 오빠들을 응원하느라 바빴다.
이해인은 남자 프리스케이팅 경기장을 찾아가 관중석에서 응원을 즐겼다. 차준환(22·고려대), 이시형(23·고려대) 등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해인은 "오빠들이 경기 중 랜딩할 때마다 관중석에서 소리지르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라며 "아마 병아리 (삐약) 소리처럼 들렸을 거다. 응원해주면 오빠들이 힘이 난다고 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로 이시형은 경기 전 이해인 등 여자 선수들의 응원을 받고 활짝 웃었다. 그 덕분인지 그는 실수없이 연기를 마쳤고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지만 이해인은 목이 쉬었다고 한다. "목이 너무 아팠어요. 그런데 관중들이 제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알아보시고 사진을 찍기도 하시더라고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이번 대회가 특별한 건 새로운 친구들 사귀어서"
이해인은 이번 4대륙대회에서 역전 우승으로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쇼트프로그램(69.13점)에서 6위에 머물렀지만, 프리스케이팅(141.71점)에서 시즌 최고점을 경신하며 종합 순위 1위(총점 210.84점)에 올랐기 때문이다. 6위→1위에 등극한 그의 완벽한 경기력은 선수시절 김연아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10대 소녀가 차분하게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애어른'이 내면에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그래도 이해인은 '낭랑 18세'다.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지만 이번 대회가 더 특별한 이유는 "금메달이 아니라 친구들을 사귀어서"라고 한다. 특히 피겨 대회가 끝난 뒤 열리는 파티인 '방켓'에서 일본 선수들과 안면을 텄다고 했다. 이번 대회 남자 피겨 싱글 1위를 차지한 미우라 가오와 돈독해졌다고. 두 사람은 동갑내기로, 가오가 먼저 이해인에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언어로 이야기했다. 이해인은 아는 일본어를 총동원했고, 가오도 마찬가지였다. 이해인은 "제가 낯을 많이 가리지만 용기를 내서 타국 선수들과 친해지고 싶었다"며 "친구를 사귀는 일도 대회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부담보다 설렘이 큰 것도 그런 이유다. 이해인은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일본어 공부도 할 계획이다. "일본은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거예요. 일본어 공부를 많이 해서 그쪽 선수들하고 대화해보고 싶거든요. 빨리 만나서 대화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
"K팝 너무 좋아해서 갈라쇼 때 안무 짰죠."
은반 위에서 모습을 보일 때와는 180도 다르다. 대회가 끝난 뒤 팬 서비스를 위한 '갈라쇼'에서도 18세 소녀 감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핑크빛 셔츠와 청반바지로 발랄한 분위기를 낸 이해인은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에 맞춰 안무를 펼쳤다. "유 앤 아이(You and I)~" 하는 부분에선 아이브가 하는 손동작도 멋들어지게 해냈다.
이날 갈라쇼는 이해인이 혼자서 연습해 오른 무대였다. 아이브의 팬인 이해인은 '애프터 라이크'를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프터 라이크' 동영상을 보고 혼자 춤 연습을 했다.
"K팝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애프터 라이크' 춤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음악만 들었는데 춤을 같이 추면서 들으니까 더 신나게 들리는 거 같아요."
최근 이해인의 일기장도 화제가 됐다. 중학교 시절 한 방송사 인터뷰 때 공개했던 일기장이 이번에 금메달을 따면서 또다시 주목받았다. 당시 일기장에는 만화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고, 피겨스케이팅을 연습하면서 힘들거나 행복했던 내용 등이 담겼다. 이해인은 지금도 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예전 방송사 인터뷰 때 일기장이 그대로 나올 줄 몰랐어요. 만화 캐릭터 그리는 걸 좋아해서 행운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리기도 했죠. 지금도 힘들 때는 일기장을 꺼내서 하루를 정리해요. 대부분 한 장을 빼곡하게 채우는 것 같아요. 매일 쓰는 게 힘들긴 해도 생각을 정리할 때 좋더라고요. 쓸데없는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를 적기도 하고요(웃음). 어떨 땐 일기장을 책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볼 때도 있어요."
'낭랑 18세' 이해인의 꿈은 무엇일까.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2026년 이탈리아에서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있어요. 그걸 목표로 다른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해요. 그런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 그때 다시 꿈을 얘기해드릴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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