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싼 차는 가격 올리고 싼차는 내렸다…미 정부도 두 손든 이유는

김아사 기자 2023. 2.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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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연합뉴스

테슬라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올 들어 미국에서 네 번째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가격을 일률적으로 인상·인하한 게 아니라, 비싼 모델인 모델Y는 가격을 올리고 보급형인 모델3는 가격을 내렸다. 17일 한국에서도 모델Y만 최대 230만원 가격을 인상했다.

이 같은 테슬라의 이중 가격 정책은 향후 전기차 치킨게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이 보급형인 모델3에 집중될 수 있고, 모델3와 주로 경쟁하며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온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경우 가격 정책 등 전략 변화와 대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도 두 손든 테슬라 가격 정책

테슬라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국면에서 미국 정부를 당황스럽게 할 정도의 가격 주도권을 행사했다. 당초 IRA에 따라 모델Y가 보조금을 받기 위한 차량 가격 상한선은 5만5000달러(7150만원)였다. 올 초 테슬라는 모델Y 가격을 최대 20% 인하하는 파격 정책으로 보조금 내로 차량 가격을 맞췄다.

선두 업체인 테슬라가 가격을 내리자,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 업체인 포드도 8.8% 가격을 내려 주력 모델인 마하-E의 가격을 상한선 아래로 따라 맞췄다. 또 다른 전기차 업체 루시드도 가격을 내렸다. 전기차 업계에 테슬라 발 치킨 전쟁이 벌어진 것으로,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하도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인하를 감내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테슬라 정도뿐이란 것이다. 테슬라의 차량 1대당 이익 규모는 1만5653달러(1933만원, 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한다. 이는 폴크스바겐의 2배, 현대차의 3배, 도요타의 4배에 해당한다. 테슬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매출에서 영업이익의 비중)은 17%로 제조업에서 보기 어려운 수치를 기록했다.

가격 인하 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가 나섰다. 미 재무부는 이날 IRA의 차량 분류와 관련해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기준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기준 수정에 따라 기존엔 SUV로 취급받지 못했던 테슬라 모델Y, 포드 마하-E, GM 캐딜락 리릭 등 주요 전기차 모델이 SUV로 분류됐다. 전기차가 SUV로 분류되면 보조금 상한 기준이 5만5000달러에서 8만 달러로 높아진다.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압박이 계속되자, 포드와 GM 등이 나서 미국 정부를 설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대차 가격 인하 압박 커질 듯

이후 테슬라가 곧바로 꺼낸 카드가 가격이 높은 모델Y 가격은 올리고 보급형인 모델3는 낮추는 이중전략이다. 모델Y 가격은 상향해 이윤을 높이고, 모델3를 통해선 경쟁사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보조금 적용 시 3만 달러대까지 떨어지는 모델3의 주요 라이벌은 현대차 아이오닉5. EV6, 폴크스바겐 ID.4 정도다. 현대차로선 테슬라의 가격 인하를 좇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모델3의 가격 경쟁력이 계속 강해지면 가격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 아이오닉5는 4만1450달러, EV6는 4만8700달러로 모델3 보다 구매 비용이 더 들어간다. 한 사립대 교수는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워 온 현대차 입장에선 자신들보다 더 싼 가격을 내세우는 테슬라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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