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적’의 귀환...한국은 결국 중화제국의 위성국이 될까 [한중일 톺아보기]

몇년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했던 발언입니다. 당시 삐걱이던 북중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이 발언은 점차 한국인들 사이 김 위원장이 내뱉은 발언중 유일하게 설득력이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왔습니다.
지난해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의 조사에서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한국여론은 처음 80%를 넘어섰습니다. 언제부턴가 중국 관련 기사들은 반중 정서가 가득찬 댓글로 도배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그 중에는 혐중이라고 할만큼 도가 지나친 것들도 많습니다. 이를 우려해 한국 언론과 여기에 노출된 한국인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추천으로 화제가 된 책도 그중 하나 입니다.
하지만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의 저자 한청훤 작가는 이 같은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는 “불과 7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다수 여론은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며 “반중 정서는 천년의 적이 귀환한것에 대한 오랜 기억과 반응이 깨어난 것” 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현재 한반도의 최대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저없이 중국을 꼽으며 이에 제대로 대응 못한다면 미래는 장담 못한다고 경고합니다. 그가 중국을 “실체적 위협이자 거대 리스크”로 단언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발췌.

중국 역사는 분열과 통합의 끊임없는 반복이었습니다. 이 분열과 통합이 반복될때마다 지정학적 여파가 항상 한반도를 뒤흔들었고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예컨데, 고조선은 한나라에 멸망했고 고구려는 당나라에 멸망했죠. 고려의 멸망도 명나라의 안보 압박에 선제 대응하려다 발생한 위화도 회군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청일전쟁 직전까지 조선 독립에 가장 위협적인 외세는 일본이 아니라 청나라이기도 했고요.
![1896년 세워진 독립문. 독립문의 ‘독립’은 ‘중국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했다. [매경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2/20/mk/20230220140322135hfjc.jpg)
그러던것이 시진핑 정권의 출범과 2016년 사드사태 이후 한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잠재됐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일 뿐입니다.

또 한한령으로 경제 보복을 했는데 이때 대상이 주로 문화관광 서비스업에 집중됐지만 제조업도 한 품목 포함됐죠. 바로 전기차 배터리 인데요. 업계에서는 이 보복 조치가 중국이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핑계 성격도 있었다고 봤습니다. 한국산 퇴출→중국 브랜드 자국 시장 장악→중국 브랜드 세계 시장 점유율 약진 이라는 패턴인데, 이게 전기차 배터리 뿐 아니라 자동차와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사드 이후 중국 리스크 사례로 외교와 경제관련 문제들을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한국인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닌, 아예 파괴할수도 있는 진짜 리스크는 대만 침공으로 인한 미·중 전면전 가능성입니다. 많은 안보 전문가들이 2025~2027년 사이를 언급 하면서 대만이 ‘동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고 지목하고 있죠.

트럼프는 사실상 자유주의 시스템을 파괴하려 했던 사람입니다. 나토,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돈 안 내놓으면 철수하겠다고 했었죠. 최근 CSIS 워게임에서 미국이 이기더라도 피해가 막심해 이겨도 이긴게 아닐거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일단 트럼프가 과연 중국이 침공했을때 적극적으로 막을까 확신이 안섭니다.
또 시진핑도 지금 민심이 되게 안 좋습니다. 시진핑이 아무리 역대 중국 지도자 중에 가장 권력이 강한 편이라 해도 중국 공산당은 북한 같은 1인 지배체제와 다르거든요. 지금 3연임도 관례를 깬 건데, 2027년에 4연임 하려면 덩샤오핑이나 마오쩌둥 정도의 업적과 명분을 남겨야 됩니다.
제가 만나본 중국 사람들 하나같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시진핑이 왜 3연임씩이나 하고 덩이나 마오의 위상을 노리느냐고요. 도대체 무슨 업적을 남겼냐는 거에요. 이렇다보니 시진핑이 4연임하는 길은 결국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양안 통일이죠.
대만침공후 중국의 패전은 패권 도전 실패로 끝나는게 아니라 공산당 정권이 무너질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과연 시주석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강행할 것인지 회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번 임기내 감행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대만은 시진핑 정권에게 경제 및 지정학적 가치 그 이상의, 정권의 명운이 걸린 존재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한가지 중국인들은 자국이 고대부터 가장 위대한 선진문명국이었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위를 가진 나라라고 믿습니다. 아편전쟁후 치욕의 100년을 겪었는데 이걸 설욕하고 싶어하죠. 중국이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지면서 대만을 상실했었잖아요.
이런 맥락에서 공산당이 주입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바라는 궁극적 열망이 있습니다. 찬란하고 경외받던 국가, 문명의 종주국 이라는 지위를 되찾고 싶다는 열망 입니다. 중국몽이라는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에 대한 꿈이죠. 이 꿈의 정점에 대만 수복이 있고, 대만을 되찾아야 완성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중국몽에 대한 열망을 구체적 일정표와 연결한 사람이 시진핑 주석이죠.

두번째로 더 중요한 건 주한미군이 동원된다는 겁니다. 전임 주한미군 사령관도 얘기했고 근래 부임한 사령관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라고요. 하와이만 해도 대만까지 수천km 떨어져 있는데 보급을 하려면 오키나와 주일 미군 기지 그 다음에 오산,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밖에 없습니다. 속전속결을 원하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 보급 수송선이나 전투기가 주한 미군 기지에서 오는데 공격 안 할 리가 없겠죠.
저는 미국이 주한 미군 뿐 아니라 동맹 의무를 강조하면서 한국군 참전까지 요구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이때 한국군을 못 움직이게 하려고 북한 카드를 사용할 거라는 분석도 많습니다.

중국 리스크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단 최악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미래를 위해 더 많은 국민들이 더 관심을 갖고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결정적 순간에 국론 결집이라든가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질거라고 보거든요.
저는 결국 한국이 세개 정도의 선택지에 몰리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국의 지역 패권과 큰형님의 지위를 인정하고 그 위계적, 권위주의적 세력권에 정식 편입돼서 냉전시기 핀란드 처럼 중국의 준위성국가가 되는 것.
둘째, 자체 핵무기를 개발해 실질적 핵보유국이 되는 것. 그리고 셋째, 세력균형을 맞추기 위해 역내 파트너와 전략적 관계를 맺는것 입니다.
첫번째는 우리 정서에도 안맞겠지만, 일단 한국도 대만도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서 번영을 누려왔잖아요.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는 순간,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 시스템은 붕괴될겁니다.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속에서 얻었던 혜택들을 점차 포기해야 될테고요.
두번째는 실현 가능성도 낮지만 만약 실현된다해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면 한국인들의 일상이 크게 망가질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번째 선택지가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실질적 주권과 자주성을 지켜내려면 세력균형을 이룰 역내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지금 미국 덕에 중국의 욕망이 어느정도 억제되고 있지만, 미국이 언제까지나 예전 만큼의 역할을 해줄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로는 일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동아시아에서 한국처럼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 동일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니까요.
물론 일본이 과거사와 관련 이슈를 정리하려고 노력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가 한일관계 진전에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인만큼 무리하게 타협을 해야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일간 획기적 관계 개선은 양국 모두의 미래에 필요하고 중국에 대한 힘의 균형 뿐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유지에도 필수적 요소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인식만 양국 국민 사이에서 확산시킬수 있다면 넘지 못할 고비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회에선 ‘중국의 패권국 등극 가능성과 심각한 내부 문제 실태’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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