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드론 전쟁’인 러·우크라전…그런데 드론은 양쪽 모두 ‘중국산’

박세영 기자 2023. 2. 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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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파악된 드론의 60% DJI 제품”
중국 업체가 드론을 통제할 수 있지만 ‘가성비’ 뛰어나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드론을 날리고 있다. 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값싸고 효율적인 소형 드론을 자폭용 무기와 정찰 임무, 선전 도구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사실상의 ‘드론 전쟁’이며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드론은 중국산이 대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드론 전문가인 페인 그린우드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 어페어스’(FP)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고 있는 드론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 전쟁에서 사용되고 있는 소형 드론의 절대다수가 중국 드론업체 DJI(大疆創新)의 제품이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DJI가 자사 제품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상황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아에로로즈비드카’(Aerorozvidka)가 크라우드펀딩으로 구입해 제작한 드론으로 야간 공격을 통해 길이가 60㎞가 넘는 러시아군 호송대의 진격을 막았다.

그린우드는 이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드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 확인된 900여 건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이를 다른 전문가들과 공유하며 드론의 역할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번 드론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 1위 드론업체인 중국의 DJI다.

DJI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른 어떤 드론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 463건 가운데 59%가 DJI 제품으로 밝혀졌다.

그는 DJI 드론은 제조사가 특정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게 설정하거나 드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 이 회사의 지나치게 의존하길 원치 않는 이유다. 하지만 가용성과 가격, 사용 편의성 등에서 대체할 만한 제품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는 이 전쟁의 또 하나의 특징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모두 드론 산업 종사자나 드론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자발적 드론 전쟁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직접 드론을 조종하고 다른 사람들을 훈련하고 기술지원을 하면서 드론을 직접 구해 전선에 공급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드론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소비자용 소형 드론을 사들이거나 부품을 구매해 조립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 드론 부품이 대량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DJI는 "전투에 사용되는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지난해 4월부터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서는 드론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의 모든 곳의 민간인에게 드론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는 소형 드론 대부분도 개인 기부자들이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들로 알려졌다.

DJI 드론은 소비자용 비군사 제품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엄격히 통제되는 군사용 기술보다 손쉽게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

중국 DJI의 드론. AP 뉴시스

드론은 자폭 등 공격 뿐 아니라 정찰과 촬영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자폭 공격 외에 군에서 드론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부분은 정찰 임무다. 카메라를 달고 비행하는 드론은 적의 위치를 찾아내고 군 주둔지역 주변을 정찰하고 전쟁 상황을 외부 세계에 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드론은 포격 목표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모두 드론이 목표물의 정확한 위도-경도 좌표를 파악한 뒤 중앙 지휘센터와 조종사에게 보내는 정보를 이용해 포격 목표물을 조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은 또한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PR 도구가 되고 있다. 텔레그램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는 하루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전장의 동영상이 수백 편씩 올라온다.

군인 뿐 아니라 민간인이 촬영하는 영상도 많다. 전쟁을 언론에도 드론은 없어서는 안 될 취재 장비가 되어 가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린우드는 이로 인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상에서 벌어지는 살상 현장을 줌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수십 미터 상공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전 세계 누구나 지켜볼 수 있는 사상 첫 전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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