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힘차게 밀고 가는 사람…‘장애인은 나약하다’는 편견을 깬다[이미지로 여는 책]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 장애, 세상을 재설계하다
사라 헨드렌 지음·조은영 옮김
김영사|308쪽|1만7800원
손가락이 칼에 살짝 스쳐 밴드 하나만 붙여도 세상이 불편해진다. 신체 일부가 잠시만 불편해도 세상이 내 몸에 맞지 않는데 장애가 있다면 어떨까.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은 몸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을 눈여겨보고 모두를 위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은 누구를 위해 설계됐나?’
저자 사라 헨드렌 미국 올린 공과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봤다.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연석 경사로와 진입 경사로, 엘리베이터 덕분에 공공 공간을 매끄럽게 다닐 수 있었고, 이는 이전 세대가 어렵게 얻어낸 기반 시설이라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 다른 편의와 유연한 세상을 요구할 한 아이의 부모로서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그는 공공장소의 장애인 표지판 디자인을 다시 만든 인물로 유명하다.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있는 기존 이미지 대신 장애인 스스로 휠체어를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역동적 이미지가 사라 헨드렌이 만든 것.
책은 몸과 세상이 만나는 곳에 숨어 있는 ‘표준’과 ‘정상’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도구를 이용해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신장 장애인인 어맨다는 강연하러 갈 때마다 기존 강연대 아래에 발판을 둬야 했다. 기존 강연대에 자신을 맞춰야 했다. 저자와 학생들은 어맨다 키에 맞추고 어디서든 가지고 다니며 강연할 수 있는 어맨다의 강연대를 제작했다. 익숙한 사물과 환경을 낯설게 바라보고 사람의 필요에 맞췄다.
선천적으로 한쪽 팔만 있는 크리스는 아기의 기저귀를 직접 갈아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보통 한 손으로 아기의 두 발목을 쥐고 다른 손으로 치우는 작업을 한다. 크리스는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아기 피부가 쓸리거나 살을 꼬집지 않고도 발목을 쉽게 조이고 풀 수 있는 발걸이를 만들었다. 들어간 비용은 불과 10달러. 크리스는 도구와 기술 대신 ‘몸과 사람’에 관심과 주의를 돌리자고 말한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저자는 사회적 상상력을 제안한다. “왓 이프(What if), 만약 이렇게 된다면 어떨까.”
아주 놀라운 상상이 아니더라도 미묘한 가능성을 품는 감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왓 이프”라는 질문에 관심 가져보는 것이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장애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얼마나 미완성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의 전환을 촉구하는 책이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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