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공세 초반부터 박살났다... “1개 여단 5000명 괴멸”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2. 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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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남부·크림반도 연결 요충지 부흘레다르 급습했지만 완패
부흘레다르 戰線의 파괴된 러시아 탱크들 -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부흘레다르 들판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부서진 러시아 탱크 여러 대가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16일(현지 시각) 이 사진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러시아군이 2개 해병 여단을 동원해 부흘레다르를 급습했지만 1개 여단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퇴각했다”고 전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24일)을 앞두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대공세’를 위한 전초전(前哨戰)에 나섰으나 대규모 병력과 장비만 잃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선 투입 병력이 대부분 신병인 데다, 무모한 전술을 남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치밀한 방어를 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서방 매체들은 “러시아군의 대규모 작전 수행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1월 마지막 주부터) 2개 해병 여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부흘레다르를 공격했지만, 오히려 큰 피해만 입고 퇴각했다”고 보도했다. 부흘레다르는 동부 돈바스와 남부 자포리자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다. 또 크림반도로 가는 철도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곳을 손에 넣으면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지나 크림반도까지 이어지는 점령지 방어가 한층 유리해진다. 더불어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 북부 공격을 위한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7일 “(이런 이점 때문에) 러시아는 지난해 11월에도 부흘레다르 공략에 나선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2일 “러시아군이 최근 155 해병 여단과 40 해병 여단 등 2개 여단 1만여 명을 동원해 부흘레다르를 급습(急襲)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부흘레다르에서 러시아 여단 하나(약 5000명)가 사실상 전멸했다”며 “단 이틀 만에 1000명이 전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렉시이 드미트라슈키우스키 우크라이나군 공보관은 “부흘레다르와 마리얀카 등에서 최근 한 주간 탱크 36대를 포함해 130여 대의 러시아군 장비를 파괴하고, 155 해병 여단을 전멸시켰다”고 주장했다. 독일 dpa 등은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군과 시민의 사기 진작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대공세를 펼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지난 6일 “러시아군이 대규모 병력과 보급품을 비축하고 있다”며 “2월 하순 전에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가 영국과 독일의 주력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 전인 이달 중후반쯤 신속한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내용을 근거로 “러시아군 대공세가 열흘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부흘레다르 공격은 이러한 대공세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16일 “러시아의 대공세는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부흘레다르 공략 실패로 러시아군의 대공세가 시작도 전에 차질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러시아 내에서도 대규모 춘계 공세를 이어갈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전술적 문제가 지적된다. 돈바스의 친러 반군 지휘관 출신인 이고리 기르킨은 “부흘레다르는 높은 곳에 위치한 데다, 견고한 방어시설이 있어 공격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러시아군은 줄기차게 정면 돌격하는 바보 같은 작전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군사 블로거 ‘모스크바 콜링’도 “지휘관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병과 전차가 좁은 대형으로 이동하며 큰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루스탐 무라도프 동부군관구 사령관을 해임하라는 요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병참 면에서도 러시아군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ISW는 “러시아군이 손실된 병력을 전투 경험과 훈련이 부족한 동원(징집)병으로 계속 보충하고 있다”며 “(괴멸된) 155 해병 여단 병력도 80~90%가 동원병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러시아군 포격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우크라이나 후방에 대한 러시아의 야간 공습 역시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섞어 쏘기’가 주를 이루면서 “무기 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CNN은 영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을 전선에서 욱여넣더라도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6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수도 있으니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우리는 북미와 유럽의 단결이 갖는 가치와 국방 투자의 중요성을 목도했다”며 “나토의 타당성과 중요성이 증명됐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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