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는 임금” 첫 판결···정부의 ‘공갈’ 주장 무색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건설업체로부터 급여와 별도로 받던 ‘월례비’가 사실상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월례비를 임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고법 민사1-3부(재판장 박정훈)는 지난 16일 전남 담양군 소재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 대양건설산업이 타워크레인 회사 소속 운전기사 장모씨 등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장씨 등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대양건설산업이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 등 시공사 2곳으로부터 하도급받은 공사현장 6곳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차계약은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과 타워크레인 회사들 간 체결됐다.
운전기사들은 “업계 관행”이라며 시간외수당 및 월례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가량의 돈을 달라고 대양건설산업에 요구했다. 이에 대양건설산업은 장씨 등에게 6억5000만원가량을 월례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후 대양건설산업은 “우리는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을 뿐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과는 어떠한 계약도 체결한 사실이 없다. 작업거부나 태업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했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하지만 운전기사들은 “타워크레인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대양건설산업이 대신 지급한 것이거나 대양건설산업이 사실상 사용종속관계 또는 파견 관계에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임금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1심은 대양건설산업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대양건설산업의 월례비 지급이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더 나아가 월례비에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양건설산업과 기사들 사이에는 월례비 상당의 돈을 증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 계약이 있었다”며 “기사들은 이에 따라 월례비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청업체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돼온 관행으로서,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갖게 됐다”고 판단했다.
월례비 지급 관행뿐 아니라 시공사의 시방서(공사 순서를 적은 문서)에 대양건설산업과 같은 하청업체가 월례비 등을 견적금액에 반영해 입찰할 것이 규정된 것도 월례비 지급에 대한 의사합치가 있다고 본 근거가 됐다.
기사들을 대리한 민주노총 광주법률원 김성진 변호사는 “정부는 월례비 요구가 공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월례비가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고 시공사와 철근콘크리트 회사, 타워크레인 기사 사이에 월례비에 대한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을 고려하면 공갈에 해당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례비는 기사와 타워임대업체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작업 지시는 원청사 또는 전문건설업체가 하는 기형적인 고용구조에서 비롯된 임금체계 문제이므로 노사 간 해결될 문제이지 정부가 공갈죄를 언급하며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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