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속 소변 마시며 버틴 생존자들... 실제로 물 대체할 수 있을까

박선민 기자 2023. 2. 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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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13세 소년이 182시간 만에 구조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는 물 대신 소변을 마셔가며 목숨을 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소변이 실제로 물을 대체할 수 있을까. 국내 응급전문의는 “극한의 탈수 상황에서는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소변을 섭취하는 것이 생존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7일(현지 시각) TRT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튀르키예에 강진이 발생한 지 열흘을 넘긴 시점, 피해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존기가 속속들이 전해지고 있다. 72시간 ‘골든타임’은 물론 100시간도 훌쩍 넘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물이 없어 소변을 먹어가며 하루하루를 버틴 이들의 사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흐라만마라슈의에서는 무너진 아파트 잔해 밑에 깔렸던 형제는 강진 발생 약 200시간 만에 구조됐다. 아브뒬바키 예니나르(21)와 무함메드 에네스 예니나르(17)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보디빌더인 무함메드가 평소 먹고 있던 단백질 보충제 가루와 소변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무너진 건물에 깔렸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고 언젠간 구조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버텼다”고 했다.

하타이주에서는 당뇨 환자 후세인 베르베르(62)가 167시간 만에 발견됐다. 그는 물이 다 떨어지자 자신의 소변을 병에다 모아 물 대신 마셨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벽이 냉장고와 옷장 위로 무너져서 그 사이 공간에 갇혔다. 러그가 있어서 몸을 덮었다”며 “미안하지만 소변을 병에다 봤다. 소변이 병 속에서 시원해지면 마셨다. 그걸로 살았다”고 했다.

13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주에서 한 여성이 지진 발생 177시간 만에 구조돼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렇다면 실제로 재난 상황에서 소변이 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인병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조선닷컴에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소변을 먹었을 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탈수가 심할 경우 증세를 완화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소변이 100% 물로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당뇨, 방광염 등 질병이 있는 사람이 소변을 먹을 경우 되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을 통해 “깨끗한 물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극한의 탈수 상황에서는 물을 대신하기 위해서 소변을 섭취하는 것이 생존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몸에서 수분 70%는 소변으로, 20%는 땀으로, 기타 10%는 대변 등으로 나간다”며 “탈수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소변을 섭취하면 탈수로 사망하는 기간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최 이사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소변이 물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변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혈액에서 걸러진 노폐물들이 들어가 있다”며 “(노폐물들이) 혈액 내에 너무 많이 축적되거나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이렇게 되면 요산증, 요독증, 통풍 이런 질환들을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베르베르 같은 당뇨 환자의 경우 혈뇨나 염증뇨 등이 나올 수도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지난 6일 튀르키예 및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누적 사망자는 4만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튀르키예 사망자만 3만명 이상이다. 이는 1939년 12월 동북부 에르진잔 지진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이날 오후 하타이주 서북서쪽 19㎞ 지점 연안에서 규모 5.2의 추가 여진이 발생하면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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