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최대한 확보"… 올 회사채 벌써 14조 발행

강봉진 기자(bong@mk.co.kr) 2023. 2. 17.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비해 60% 이상 급증
AA등급 이상 입찰금액 52조
발행 예정액의 7배 넘어서
SK에코플랜트·HD현대 등
A등급 채권에도 자금 몰려
"실적악화 기업 등급하락 주의"

지난해 말 우려와 달리 올해 들어 자금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여전히 AA급 이상 우량채에 대한 쏠림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발 긴축 우려가 다시 불거지는 상황인 데다 A급 이하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17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연초 들어 15일까지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는 1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5000억원에 비해 62% 늘었다. 특히 AA급 이상 회사채 발행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발행금액 대비 입찰금액 비율도 올해는 7.5배로 크게 높아졌다.

기업이 내놓은 100원의 회사채 발행에 750원의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이는 직전 4년간 가장 높았던 2021년의 4.9배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AA등급 이상 회사채 입찰금액은 52조4000억원에 달했다.

KT(AAA), 포스코(AA+), LG화학(AA+) 등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기업 회사채에 수조 원의 자금이 몰렸는데 이런 흐름이 이달 중순까지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SK하이닉스(AA)는 당초 7000억원(3년 2800억원·5년 2800억원·7년 600억원·10년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총 2조585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예정액의 2배에 육박하는 1조3900억원을 발행했다. CJ제일제당(AA)은 2000억원 예정(최종 4000억원 발행)에 2조700억원, GS파워(AA)는 1500억원 예정(최종 3000억원 발행)에 2조2050억원이 몰렸다.

AA급 이상 회사채 인기 덕에 이달 들어서는 A급 이하 비우량 등급 발행사, 자금 시장 경색 우려 업종으로 꼽히는 증권·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이 이어졌다. 대체로 양호하게 발행이 마무리됐다. SK에코플랜트(A-)가 1000억원 예정에 5080억원, HD현대(A)는 500억원 예정에 6010억원, SK케미칼(A+)은 1000억원 예정에 1조14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기업 실적과 등급 하락에 대한 경계감은 있지만 작년 말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완화됐고 무엇보다 가격 측면에서 접근해볼 때 적극적 매수로 대응할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달 들어 미국 고용지표와 물가지표가 예상을 웃돌며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가 한풀 꺾이자 3년·5년·10년 국고채 금리가 반등해 기준금리(3.5%)를 넘어섰지만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여전히 높아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고채 3년·5년·10년 금리는 모두 3.6%대를 기록하며 기준금리를 웃돌았다.

지난 3일 기준금리(3.5%)를 밑돌았던 양도성 예금증서(CD·AAA급 시중은행 발행 91일물 기준) 금리는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해 기준금리 위로 올라섰다. 이날 진행된 한국전력 회사채 2년과 3년 만기 발행금리는 각각 3.99%, 4.1%에 1100억원, 3200억원에 낙찰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회사채 발행 시장에 대해 대체로 현재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온기는 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말까지 추가적으로 7조~10조원 내외 발행이 예상되며 높은 투자 수요를 감안할 때 당분간 높은 경쟁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2분기 이후 크레디트 채권의 투자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발행이 예정된 회사 중 신용등급 A등급 이하 기업과 건설사가 많다는 점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오는 20~21일에는 현대건설(AA-), 한국토지신탁(A-), GS건설(A+), 신세계건설(A), 한신공영(BBB) 등 건설사는 물론이고 신탁사, 부동산 임대·운영사 등 부동산 관련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이 예정됐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 저하에 따른 등급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옥'인 줄 알고 골랐던 기업이 '돌'로 판명될 가능성은 하위 등급에서 높은 만큼 기업의 펀더멘털을 고려한 선별적 접근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강봉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