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선충병 고사목 땔감 쓴 ‘자연인’ 사법처리 위기···산림청 관리 소홀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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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한 나무들인데 아주 좋은 연료가 되죠. 산림청 (병해충)방제 부서에서 와서 고사한 나무를 이렇게 표시해 놓은 거에요.”
지난 15일 방영된 MBN 교양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한 ‘자연인’ A씨가 경기 포천의 한 사유림에서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을 운반하면서 이 프로그램 진행자 윤택씨에게 말한 내용이다. 자연인 A씨가 땔감으로 쓰기 위해 반출한 소나무에는 산림청이 재선충병으로 인한 방제 대상 나무임을 표시한 ‘QR코드 마킹테이프’가 부착돼 있었다.
이처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이하 재선충병 방제법)’에 따라 재선충병 고사목이 외부로 무단 반출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땔감으로 사용해온 자연인 A씨가 산림 당국과 지자체에 의해 법적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자연인의 고사목 무단 반출사건을 두고 고사목을 방치하고, 주민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아온 산림청의 관리 소홀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산림청이 윤미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무소속)에게 보고한 ‘소나무류 불법 이동 조치사항 보고’를 보면 자연인 A씨가 재선충병 고사목을 무단으로 반출한 것은 재선충병 방제법의 소나무류 이동 제한 조항을 위반한 행위다. 재선충병을 일으키는 재선충은 이동 능력이 없어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이동, 다른 나무를 감염시킨다. 매개충 외에 사람이 소나무를 벌목한 뒤 반출하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소나무를 감염시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사목이 발생할 경우 방제법은 이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해당 산림이 반출금지구역이면 소나무류를 무단 이동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반출금지구역 외 지역에서 생산확인표를 발급받지 않고 이동하는 경우도 2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A씨가 고사목을 반출한 숲이 어느 지역이든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반출금지구역은 재선충병 발생지역과 발생지역으로부터 5㎞ 이내의 지역에서 지정된다.
지난 15일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에서 A씨는 고사한 채 벌목된 상태였던 소나무를 지게로 운반하면서 해당 나무들이 최하 1년, 대부분 3~4년 전 죽은 나무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년 전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나무가 아직까지 현장에 남아있는 것은 자연인을 탓하기에 앞서 산림청의 관리부실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사목 표시만 해놓고 제대로 방제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찰, 방제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영상에는 A씨가 벌목된 나무들을 아래쪽으로 굴려서 내려보내는 모습도 담겨 있는데 이것 역시 재선충병 피해를 늘릴 위험이 있는 행위다. 고사목이 다른 나무에 부딪쳐 상처가 나면 재선충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미향 의원실에 자연인의 소나무 반출이 법 위반사항임을 제보한 산림기술사 B씨는 “자연인이 3~4년 전부터 고사목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산림청 예찰 과정에서 누락이 된 지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QR코드 마킹테이프로 봐서 올해 고사목을 파악하고, 나무에 표시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수막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벌목과 이동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자연인이 이를 몰랐던 것을 보아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17일 경기도와 포천시에 A씨의 소나무 반출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한 뒤 조치결과를 산림청에 알릴 것을 요청했다. 산림청은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MBN에 산림 내 위법행위 관련 방송심의를 강화해줄 것도 요청했다. 전국 지자체들에는 소나무류 불법 이동 단속 및 관리 강화하는 동시에 전국의 방제사업장에 소나무류 불법 반출 및 이동 금지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요청했다.
윤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을 무방비하게 방치하는 것은 방제에 방해가 될뿐 아니라 감염 피해를 더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산림청은 재선충병 방제작업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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