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Z에게 외면 받는, ‘꼰대’ 민주노총

김태호 기자 2023. 2. 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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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 지킬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을 더 거세게 몰아칩시다."

지난해 11월 30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시청 서편 도로에 설치된 단상에 서서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달 8일 양경수 위원장은 "MZ세대는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벌어진 대중적 반미투쟁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운동을 하며 정치적 이념을 내세우지 않은 MZ노조에 대해 선배로서 쓴소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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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 지킬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을 더 거세게 몰아칩시다.”

지난해 11월 30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시청 서편 도로에 설치된 단상에 서서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의 서울교통공사(공사) 양대 노조가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공사가 연간 1조원에 육박한 적자에 2026년까지 1539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자 노조가 반발하며 6년 만의 총파업에 나선 자리였다.

양 위원장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단상 아래 모인 5000명의 조합원들은 영하의 날씨에 새빨개진 귀를 움켜쥐고 추위에 떨었다. 이들이 원하는 인력 감축안 철회와 직원 안전대책보다 양 위원장은 현 정부를 규탄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주로 40~50대로 이뤄진 조합원들은 추위에, 피로에 지쳐 보였다. 20~30대 또래의 얼굴을 찾기는 힘들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대부분 중년층일까’ 홀로 품었던 의문은 나중에야 풀렸다. 젊은 세대가 주축인 제3노조 올바른노조는 이날 파업에 불참했다. 당시 올바른노조는 파업 명분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올바른노조가 파업에 한 발 물러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파업은 하루만에 막을 내렸다.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파업 열차를 세운 것이다.

한낮의 백일몽 같던 이 해프닝은 당시 진행 중이던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의 예지몽이 됐다. 그해 11월 24일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외치며 기세 좋게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섰다. 민주노총도 총파업에 돌입해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철도·현대중공업 조선 3사 노조 등 주요 노조들이 이탈했다. 화물차주 사이에선 젊은 차주들이 생계를 걱정하며 명분 약한 파업에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국민 71%가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를 바라는 등 여론도 등을 졌다. 안팎으로 대오가 이탈하자 12월 9일 화물연대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스스로 파업을 접어야 했다. 민주노총의 참패였다.

케케묵고 공허한 옛날 식 투쟁은 ‘요즘 MZ’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전교조의 몰락은 어쩌면 거대 노총의 미래일지 모른다. 2005년 조합원 수 9만983명이던 전교조의 세(勢)는 2021년 4만3756명으로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젊은 교사들의 노조 가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 20대 교사는 “전교조가 극단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교권 보호는 뒷전으로 미루는 것 같아 요새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선 전교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끝나고 2개월이 지났다. 이달 8일 양경수 위원장은 “MZ세대는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벌어진 대중적 반미투쟁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운동을 하며 정치적 이념을 내세우지 않은 MZ노조에 대해 선배로서 쓴소리를 한 것이다.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노동권 사각지대의 근로자에게 어깨를 빌려줘야 할 노조가 정치 이념 투쟁에 매진하는 건 자랑이 아니다.

정부의 회계 자료 공개 요구에 공안 당국 운운하며 투명성 입증을 회피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국민들이, 젊은 노동자들이 냈던 목소리는 이미 잊은 듯하다. 사회는 변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은 지나간 20세기에 갇혀 있다. ‘20세기 유물’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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