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군사용 AI' 어디까지…미 '선언문' 공개
현실로 다가온 군사용 인공지능(AI)
사실 이런 과학기술에서 혁신을 이끌어 온 핵심 분야는 군사 부문입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개발한 'V1 로켓'이 우주 발사체의 시초가 됐고, 일본을 두 손 들게 만든 핵폭탄은 후일 원자력 발전의 기술적 기반이 됐습니다. 파괴적 군사 기술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군사 분야에 말로 생산성보다 혁신에 목표를 두는 몇 안 되는 분야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군사용 AI 규범…국제적 논의 시작
선언문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을 향해 ▲군사적 AI 능력이 국제법과 일치시키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핵무기와 관련한 결정에 인간이 통제 ∙ 개입하도록 하며 ▲무기 시스템 등 여파가 큰 모든 군사적 AI 능력 개발 및 배치 때 고위 정부 관료가 감독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등을 촉구했습니다. 이밖에 군사용 AI 시스템이 ▲감시 가능하고 ▲명시적이고 잘 정의된 용도로 사용되도록 하며 ▲수명 전반에 걸쳐 엄격한 테스트와 평가를 받도록 하고 ▲의도치 않은 행동을 할 경우 비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 등도 포함됐습니다.
이 선언문은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2023)에서 공개됐습니다. REAIM 2023 회의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의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양국 정부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80여 개국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기업, 연구기관, 싱크탱크, 국제기구 등 2천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경험…군사용 AI
국제사회가 군사용 AI 사용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는 건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이미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가 상용 위성이나 정찰 드론 등으로 수집한 적군 위치 정보에 AI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게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물론 AI가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날아든 우크라이나군의 포탄과 미사일에 러시아군이 꼼짝없이 당하면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전쟁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한 뿌리 깊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근절할 수 없었던 걸 보면, 인간이 갖는 원초적 한계인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건 전쟁은 가장 비인간적인 폭력인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가장 복잡한 인간의 가치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모든 영역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군사 분야에서 AI의 발달이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경우, 인류에게 짊어져야 할 파멸적 결말은 상상 이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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