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잘 나가던 아역스타의 추락, 그 씁쓸함에 대하여

2023. 2. 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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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대중에게 아역배우 출신의 스타들은 유독 친근하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만큼, 실제로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왠지 가깝게 느껴지며,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 같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올바르게 성장한 배우를 보면 대견스러워하고, 반대로 문제를 일으키면 크게 실망스러워한다.
 

연기력도 인성도 쑥쑥, 성장이 흐뭇한 아역스타들

유승호, 여진구 등 잘 성장해 준 남자 배우들도 많지만, 요즘은 아역배우 출신 여자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는 단연 박은빈이다.
 
 
지난 1996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품에 출연해 온 박은빈. 그의 연기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았던 바인데, 최근에는 흥행력까지 뒷받침되며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 SBS ‘스토브리그’를 시작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KBS ‘연모’, 지난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줄줄이 대성공을 거두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인기 돌풍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 역을 소화한 박은빈에게는 26년 연기인생에 있어서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박은빈은 목소리 톤, 손가락의 움직임, 걸음걸이, 눈빛까지 모두 바꿔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 캐릭터를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구현해 냈다. 매회 엄청난 양의 대사도 실수 없이 소화하는 그의 괴물 같은 연기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1997년 데뷔해 연기 경력이 무려 25년인 이세영도 탄탄한 연기력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사랑스러웠던 민효원, 의학드라마 '의사요한'에서 섬세한 감정연기가 돋보였던 강시영, 장르물인 '카이로스'에서 고군분투하던 한애리 등, 이세영은 장르를 불문하고 맡는 역할마다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2019년 tvN '왕이 된 남자'와 2021년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공으로 이세영은 '사극 퀸'의 명성도 떨칠 수 있게 됐다. 
 

 
1992년생인 박은빈, 이세영보다 7세 어린 김유정은 2003년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김유정의 어린 시절 필모그래피는 굉장히 화려하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황진이’, ‘추격자’, ‘해운대’ 등과 드라마 '일지매', '바람의 화원', '선덕여왕', ‘동이’, '해를 품은 달' 등 여러 작품에서 아역으로 활약했다. 특히 ‘해를 품은 달’에서는 여진구와 선보인 아역들 간의 로맨스가 시청자의 지지를 얻었고, 10대 말미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펼친 박보검과의 로맨스 연기도 큰 사랑을 받았다.

성인이 된 김유정은 이제 한 작품의 여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끄는데 부족함이 없는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SBS ‘편의점 샛별이’, ‘홍천기’ 등 출연 작품마다 연기력과 미모로 화제를 모은다. 데뷔 20년 차가 된 김유정은 올해 무대 연기에도 도전했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박은빈, 이세영, 김유정은 모두 20년이 넘는 긴 연기 활동 기간 동안 사건사고에 휘말리거나 논란거리 하나 없이, 배우로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만을 보여온 이들이다. 언제나 성실하게 작품에 임하고 연기에 최선을 다해 온 이들의 올바른 성장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스스로의 잘못으로 몰락, 실망감 안긴 아역스타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아역 출신 여배우들과 다르게,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대중의 실망을 산 인물들도 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목숨 걸고 지키던 꼬마 소미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성장해 온 김새론. 귀여운 아역배우 이미지를 벗고 이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려던 그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김새론은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가드레일과 가로수, 변압기 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채혈 검사 결과,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을 넘는 0.2%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새론의 음주 사고는 주변에도 피해를 끼쳤다. 김새론이 들이받은 변압기가 고장이 나며 인근 시설과 상점이 일시 정전됐고, 이로 인해 시설 사용자, 상점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새론은 이 음주운전의 여파로 출연 예정이던 모든 작품에서 하차한 후 자숙에 들어갔다. 김새론은 “제가 저지른 잘못에 스스로도 실망스럽고 너무나 부끄럽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깊이 반성하고 또 반성하겠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음주운전 사고에 따른 피해를 변상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쓰며 생활이 어려워진 김새론이 카페에서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동정 여론이 형성되는 듯했던 분위기를 다시 김새론 스스로가 망가뜨렸다. 김새론이 자숙 중 지인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한 정황이 포착됐는데, 그가 직접 만든 생일 카드에는 “준비물은 몸뚱이와 술”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새론이 자신의 음주 사고가 검찰에 송치된 지 한 달 만에 친구들과 술파티를 벌인 정황은, 자숙 중인 김새론의 진정성에 다시 한번 흠집을 냈다.
 

 
2014년 ‘왔다! 장보리’의 비단이 역할로 큰 사랑을 받은 아역배우 김지영은 2005년생으로 아직도 미성년자다. 그런데 최근 채무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김지영의 전 남자친구라 주장한 10대 래퍼 에이칠로는 지난달 개인 SNS에 김지영의 계정을 태그 하며 “폭로 안 하려고 했다가 6개월 고민하고 올린다”라면서 김지영이 돈을 갚지 않고 잠적했다고 폭로했다.

에이칠로는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빚내서 지영이 자취방 잡아줬다. 월세도 물론 저희 부모님이 냈다”며 “어느 날 잠적하고 집을 나가서 A 씨랑 사귀고 있으니 연락하지 말라더라. 돈 문제 관련된 거면 다 자기가 주겠다고 당당히 얘기했는데 연락 한 통 없다”고 충격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저희 아버지는 아직도 이 돈 사건 때문에 4시간 주무시고 대리운전 뛰고 계신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 TV 나오는 꼴 보기 싫다”고 했다. 여기에 Mnet '고등래퍼 4'에 출연했던 이상재도 김지영이 SNS에 올린 바다 사진에 "내 돈으로 바다 갔냐. 돈 갚아"라는 댓글을 달며, 그 역시 김지영과 채무 관계가 있음을 추측케 했다.

빚투 논란이 일자 김지영은 자신의 SNS에 “이번 일로 실망감과 혼란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 전한다”라며 “현재 부모님과 법적으로 자문받으며 대응하는 준비 과정에 있다”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건 인정한 셈이라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새론도 김지영도, 귀여운 얼굴과 더불어 어린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역배우계 스타들이다. 하지만 음주운전과 빚투라는 논란에 휘말렸고, 이는 스스로 자초한 일들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아역배우들,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 아이를 올곧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어른들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역배우가 바르게 성장해 좋은 배우,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려면 역시 어른들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역배우의 인격 보호, 휴식권, 교육권 등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게 현실이다. 이를 법적으로 제대로 보장해 주고 그들이 어린 나이에 상처받지 않을 수 있도록 확실히 보호하는 게 어른들의 의무다.

그리고 또 하나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진로를 정해버린 이들에게 ‘연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꿈을 꿔도 된다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상당수의 아역 배우 출신들은 어릴 때부터 연기만 해왔기에 자신이 다른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오로지 연기만 바라보고 달리니 이 길이 아니면 대체할 다른 길이 없어 포기도 못 한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게 존재하는지 모르고 한정된 경험과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만 인생을 바라보니 유혹에도 쉽게 빠진다. 그게 과연 건강한 삶일까?
 

 
박은빈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 활동과 학교생활을 잘 병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학교 성적이 늘 상위권이었다. 일탈을 했던 경험에 대해 “혼자 노래방에 가 본 것”이라 답할 만큼, 착한 천성을 바탕으로 올곧은 성장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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