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반도체학과 ‘무더기 등록 포기’ 쇼크

2023. 2. 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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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의 씨가 마르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의 반도체 관련 학과 대다수가 신입생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1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년 서울 주요 반도체 관련 학과 수시 모집 136명 정원에서 199명의 추가합격자가 발생했다.

2월 16일 기준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10명 정원)는 1차 모집에서 전원이 등록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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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명문대 최초합 ‘0명 등록’ 굴욕
수시 모집 136명 정원에 199명 추가합격
“반도체 중요성 홍보하고 지원 강화해야”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받치고 있는 기둥과도 같다. 이 반도체 분야에 미래 인재들이 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국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겠는가.”(업계 관계자)

반도체 인재의 씨가 마르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의 반도체 관련 학과 대다수가 신입생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인재 유인을 위한 국가 차원의 실효성 높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사업인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년 서울 주요 반도체 관련 학과 수시 모집 136명 정원에서 199명의 추가합격자가 발생했다. 136명의 최초 합격자 중 모두가 등록을 포기해 모집 인원의 1.5배에 달하는 추가 합격자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등 주요 명문대학 모두 최초합에서 ‘0명 등록’의 굴욕을 겪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채용 연계도 소용 없었다. 모집 대비 추가 합격이 가장 높은 곳은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다.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계약학과다. 20명 정원에 47명의 추가합격자가 발생했다. 최초로 합격한 20명 전원이 등록을 하지 않아 추가 합격자로 정원의 2배가 넘는 47명을 뽑아서야 정원이 채워졌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채용 연계를 맺은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도 40명 정원에 72명의 추가합격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도 각각 20명 정원에 24명 추가합격, 24명 정원에 36명 추가합격이 발생했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유일하게 동국대학교 물리반도체과학부만 32명 모집에 20명이 추가합격해 최초합에서 ‘0명’ 등록을 피했다.

전국 단위에서도 반도체 학과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한경대학교(평택), 고려대학교(세종), 상명대학교(천안), 선문대학교 등을 더해 전국에서 총 270명을 모집했는데 추가 합격자만 371명이 발생했다.

아직 최종 집계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정시 모집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2월 16일 기준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10명 정원)는 1차 모집에서 전원이 등록을 포기했다. 현재 3차까지 추가합격을 발표했는데 13명의 추가 합격자가 나왔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16명 모집 정원에 4차 추가 합격까지 발표하는 과정에서 44명이 충원됐다. 모집 인원 대비 2.75배에 달하는 추가합격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탈한 합격자들은 의대 등으로 진학하기 위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계를 이끌 미래 인재들이 크게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5일 한림대 도헌학술원 학술 심포지엄에서 “최근 반도체학과에 입학하기로 했던 학생이 다른 과로 돌아섰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웠다”며 “현재 예상으로는 2031년 학·석·박사 기준으로 총 5만4000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공계·자연계 학생들이 의대나 약대보다 반도체 학과에 진학하도록 유도하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기술 분야에 동참의 중요성과 시장 가능성, 이에 따른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이 종합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사나 약사가 되면 전문직에 억대 연봉의 고소득까지 보장되는데 누가 반도체·전자 학과에 진학하겠냐”며 “반도체가 국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부합할 정도의 경제적 혜택과 자부심을 국가가 제공해야 학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 AI의 백준호 대표는 “훌륭한 인적 자원들이 고부가가치 반도체 분야의 가능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총체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시장인만큼 국가 차원에서 우리 인재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준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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