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탈원전 영향 이 정도나?” 尹정부 노력에도 원전학과 ‘최저 경쟁률’ 충격

2023. 2. 17. 10: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전학과 경쟁률 문재인 정부 때보다 낮아져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인재들 외면
의대 선호하는 경향도 영향 미쳐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한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문재인 정부 이후 ‘원전 마피아’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데 누가 지원하겠습니까.”(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전(前)정권의 ‘탈(脫)원전’ 정책 영향으로 여전히 우수 인재들이 원전 관련 학과를 기피하면서 국내 원전 산업 기초 체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드라이브’에도 원전 학과에 지원하는 학부생 경쟁률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국내 원전 산업 성장 동력까지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17일 서울대에 따르면 2023학년도 원자핵공학과의 신입생 정시모집 경쟁률은 2.5대 1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 기간(2018~2022학년도) 경쟁률이 3.63대 1~4.6대 1인 점을 고려할 때 현저하게 낮아졌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일반전형 정시모집 기준)도 최근 5년(2019~2023학년도)간 가장 낮은 경쟁률인 2.67대 1를 기록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의 경우 2023학년도 일반전형 정시모집 경쟁률은 4대 1로 전년(3.71대 1)보다 소폭 올랐지만 과거 5대 1에 육박했던 경쟁률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다. 수시모집 경쟁률(학생부종합 일반 기준)은 8.75대 1로 최근 6년(2018~2023학년도)간 가장 낮은 수치이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1958년 설립)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1959년 설립), 경희대 원자력공학과(1979년 설립)는 우리나라 원전 사업을 이끄는 인재를 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한양대 원자력공학과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학과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학과는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운 기회를 맞는 듯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관련 기업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는 “한국 최초 수출 원전인 바라카의 축복을 이어 제2, 제3의 성공사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전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음에도 인재들이 원전학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정권에 따라 산업 존폐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범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원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마피아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향후 정권에 따라 또다시 탈원전 기조로 전환된다면 산업은 재차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불완전성이 높은) 학과에 학생들이 지원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원전 산업이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은 점도 인재들이 원전학과를 외면하는 이유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립대 교수는 “산업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 여파로 인력이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는 원전을 강조하지만 현재까지 정책 흐름을 살펴볼 때 수출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발간한 ‘2021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원자력산업 분야의 전체 인력은 3만5104명으로 2020년 3만5276명보다 172명 감소했다.

최근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경향도 원전학과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23학년도 서울대 의예과 정시모집 경쟁률은 3.2대 1로 3년 전인 2020년(2.77대 1)보다 높아졌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의대 수요가 높아서 원자핵공학과를 비롯한 공대계열 경쟁률이 이전보다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부족은 원전 기업들에 장기적 악재다. 이미 2021년 기준 원자력 산업 분야의 수출액은 3061만 달러로 전년(3372만달러) 대비 약 9% 감소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원전 기업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인재가 부족하면 기업들의 신사업 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재가 줄어들면 산업 발전은 자연스레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웹사이트 캡처]

yeongdai@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