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적’ 백서에 DMZ 주민들 “왜 굳이 도발을” 불안

2023. 2. 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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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2022 국방백서 발간
“北 핵 포기 않고 군사적 위협 지속”
주민들 의견 제각각
“주민들 불안 안고 살아…군사적 도발 필요했나”
“늘 있었던 일…군사태세 발동해도 개의치 않아”
전문가들 “당장 北 도발은 없을 듯”
“남북 관계 대화 국면 전환은 더 어려워질 것”
지난 16일 국방부는 북한 위협의 실체와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한 '2022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0 국방백서' 본문(왼쪽)과 ‘2022 국방백서’ 본문.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왜 정부에서 굳이 북한을 도발하나. 제일 먼저 피해가 갈 곳은 DMZ 인근 주민들이다.”

국방부가 6년만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기술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DMZ 인근 주민들은 이번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선재 연평면 이장협의회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항상 남북관계가 악화될만한 일이 생기면, 연평면 일대 주민들은 전쟁이 날지 동요할 수밖에 없다.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늘 안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연평도 일대에 비상사태가 발동하면 갑자기 포탄이 떨어지는 등 군사적 도발이 있을지도 모른다. 주민들은 어떻게 될지 몰라 매일 불안에 떨며 지내야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파주시 연천읍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왜 정부에서 굳이 북한을 도발하는지 모르겠다. ‘적’이라고 표시하면 당연히 (북한에서) 군사적 도발도 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제일 먼저 피해가 갈 곳은 DMZ인근 주민들”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면 심리적으로 사람들이 불안해져 이 일대로 오는 외부 관광객들도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방부는 북한 위협의 실체와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한 '2022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1967년 이후 25회째 발간된 국방백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발간되는 북한군 등을 적으로 규정했다. 국방백서는 북한에 대해 “북한은 2021년 개정된 노동당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였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고 썼다.

주적 개념은 지난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명기돼 2000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남북 화해 무드가 형성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적’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 등의 표현으로 변경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도 북한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부활했고,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8년과 2020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사라지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대남 전략, 우리를 적으로 규정한 사례, 지속적인 핵전력 고도화, 군사적 위협과 도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원도 철원군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B씨는“어렸을 때부터 이런 일들이 늘 반복돼 와서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다”며 “물론 북한에서 군사적 도발이 올 수도 있겠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국민을 지키는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표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익겸 개성공단기업협회 과장 역시 “옛날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개성공단이) 닫힌 상황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즉각적인 군사적 도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을 ‘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방부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보여주는 남북 관계의 현주소”라며 “(그러나)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차원에서 이 같은 표현은 남북 관계 개선에 족쇄를 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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