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면 돈 된다' 투자자 몰리더니…"계약금 1억 날릴 판" [돈앤톡]

이송렬 2023. 2. 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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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몰렸던 생숙…'마피' 매물 와르르
"수익형 부동산, 급락기 가장 취약한 상품"
숙박시설 공사가 한창인 속초해수욕장 인근.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급등기 관심이 높았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금리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주택 시장이 빠르게 식은 탓입니다. 수익형 부동산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마지막에 오르고 가장 먼저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투자 시기를 잡기 어려운 상품입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생숙의 '성지'라고 불리던 강원도에서는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시세가 분양가보다 더 낮은 수준)라고 불리는 생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원 속초시 영랑동에 있는 '속초아이파크스위트'(570가구)는 오는 2월 입주를 앞두고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이상 마피 매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단지는 2021년 시장에 나왔을 때 단기간에 '완판'되면서 관심이 높던 단지였습니다.

영랑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내달 입주를 앞두고 '속초아이파크스위트'를 여러 개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투자금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냈던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마피 매물이 많지만 문의하는 투자자들은 적다"고 했습니다.

양양군 현남면 '양양죽도서프리조트제이디'(366가구)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던 단지입니다. 이 단지는 전용 24~61㎡가 나왔는데 현재 원룸과 투룸 물건이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마피가 형성됐습니다.

'양양죽도서프리조트제이디' 분양을 진행했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엔 관심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팔아달라는 계약자는 있는데 산다는 투자자들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강원도에서 생숙이 꾸준히 분양됐던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이동이 어려워지자 강원도가 대체 휴양지로 떠오르면서입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만큼 숙박시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당시 분양의 주요 포인트였습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홍보관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도심에서 분양한 생숙도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2021년 하반기 분양한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876가구)는 현재 면적에 따라 5000만원에서 많게는 최대 1억3000만원의 '마피' 매물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생숙은 분양 당시 청약 통장이 필요 없었고 분양권 전매도 자유로웠습니다. 57만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역대급 청약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분양 직후엔 1억원대 웃돈(프리미엄)이 붙기도 했습니다.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감당되지 않다 보니 계약금을 포기하고 분양가 이하로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마피 매물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문의하는 투자자들은 적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마곡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도 "시장 상황이 꺾이고 금리가 많이 오른 탓도 있겠지만 생숙에 대한 이해 없이 시세 차익만 보고 진입한 투자자들이 많다"며 "생숙은 숙박업으로 등록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이행 강제금 등이 부과되는데 이를 모르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물건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생숙 시장이 급랭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설명입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밝은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은 시장이 급등할 땐 가장 늦게, 시장이 급락할 땐 가장 빠르게 가격이 내린다"며 "오피스텔 등은 주거 대체재라는 개념이 있어 그나마 낫지만 생활형 숙박시설은 그야말로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밖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생숙에서 마피가 형성되는 과정은 대체로 투자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물건을 내놓아서입니다. 예컨대 김씨라는 투자자가 분양가 10억원 생숙을 계약금 10%를 내고 1억원에 계약을 체결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씨는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금 1억원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고 물건을 내놓습니다. 2000만원을 포기하면 마피 2000만원, 5000만원을 포기하면서 마피 5000만원인 셈입니다.

전매가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에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금 전체 중 일부를 이씨가 김씨에게 준다', '회사가 정한 명의 변경일에 명의를 변경한다' 등의 내용이 계약서에 담깁니다. 이후 명의 변경일 매수인이 매도자로부터 계약을 승계받으면 마피 거래가 이뤄지는 식입니다.

생숙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아닙니다. 청약 통장도 필요 없고, 당첨되면 바로 전매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주의점도 있습니다. 생숙은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숙박업 신고가 필요합니다. 주거목적으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 등을 내야 합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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