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긴박하게…2030 청춘 악단, 슈만의 ‘봄’을 열다

임석규 2023. 2.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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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했지만 어리숙한 출범이었다.

민간 오케스트라로는 드문 시도였다.

"코리안 챔버가 척박한 토양에 챔버 오케스트라의 씨앗을 뿌려주었어요. 우리도 그들처럼 오래가는 악단이 되고 싶어요." 그는 "젊은층을 아우르면서 좀 더 폭넓은 관객에게 챔버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상시 악단이 아니라 일종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여서 단원들이 연주료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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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지휘자 이규서
21살이던 대학 2학년 때부터 10년 가까이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을 지휘하고 있는 지휘자 이규서. 로베르토 테스티 제공

야심만만했지만 어리숙한 출범이었다. 대학생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함께 오를 무대를 갈망했다. 첫 공연부터 담대하게 서울 예술의전당에 대관 신청을 했지만 떨어지고 말았다. 곧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일정이 취소된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대타로 오를 수 있었다. 2014년 5월이었다. 서울대 음대생들이 만든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이야기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질긴 근성을 발휘하며 만만치 않은 이력을 쌓았다. 횟수는 적어도 해마다 꾸준히 연주회를 열었다. 베토벤 교향곡(9곡)과 피아노 협주곡(5곡) 전곡을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완주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햇수로 5년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민간 오케스트라로는 드문 시도였다. 지난해 8월 베토벤 9번 대작 교향곡 ‘합창’을 규모가 작은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 챔버홀에서 진행해 관객의 끝없는 갈채를 받았다. 좁은 공간에서 듣는 ‘합창’ 교향곡이 이채로웠다는 후기가 많았다.

30살 지휘자 이규서가 이끄는 젊은 관현악단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이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슈만 교향곡과 협주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김신중 제공

이들이 오는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을 연주한다. 베토벤에 이어 슈만의 교향곡과 협주곡 전곡 연주 도전이다. 지난 10일 만난 지휘자 이규서는 “연주자들이 같은 또래여서인지 젊은 관객들의 반응과 평가가 좋다”고 했다. 창단 당시 21살, 대학 2학년이던 그는 10년 가까이 지휘하고도 고작 30살이다. 악단도 젊다. 내년이면 창단 10돌을 맞는 45명 안팎의 단원들 모두 20대 후반~30대 초반이다.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익힌 이규서는 구청 청소년교향악단 악장으로도 활동했다. 음악을 업으로 할 생각은 없었기에 일반 중·고교를 다녔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영상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지휘자로 진로를 바꿨고, 음대로 진학해 지휘를 전공했다. 내후년이면 60돌을 맞는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가 롤모델이다. “코리안 챔버가 척박한 토양에 챔버 오케스트라의 씨앗을 뿌려주었어요. 우리도 그들처럼 오래가는 악단이 되고 싶어요.” 그는 “젊은층을 아우르면서 좀 더 폭넓은 관객에게 챔버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에 이어 내년부터 명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끄는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가 그의 스승이다.

지휘자 이규서와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이 오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을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이들에겐 별도의 재정 스폰서가 없다. 상시 악단이 아니라 일종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여서 단원들이 연주료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10년 가까이 이어올 수 있었던 저력이 뭘까. “챔버 오케스트라는 긴박감이 있어요. 현악사중주를 확장한 형태 비슷해 일사불란하거든요.” 챔버 오케스트라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거였다. 이규서는 “100명 가까운 대형 오케스트라에선 조금 잘못해도 그냥 묻어갈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챔버 오케스트라에선 누구 한 사람 잘못하면 금방 티가 난다”며 “어디 숨을 곳이 없으니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이 걸어온 궤적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기연주회 16차례 가운데 창단 연주회를 제외한 15차례를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했다. 협연자들 면면도 놀랍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창단 연주를 맡았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이진상, 문지영, 김태형, 김규연, 최희연 등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나서줬다. 2018년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3차례 지역 순회공연도 펼쳤다. 손열음은 “네빌 매리너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같은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악단”이라고 호평했다. 지휘자와 단원들의 돈독하면서도 자유로운 관계가 빚어내는 ‘합’을 평가한 얘기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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