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상 훔치니 월수익 300 뚝딱"…'도둑 유튜버' 한둘이 아니다

황국상 기자 2023. 2.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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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화 유튜버 리뷰엉이 '우주고양이 김춘삼' 저격영상 게재
'노아'로 인기영상 검색 후 음성파일 다운로드, '클로바'로 대본 복사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민법 등 침해 소지" 의견도
유튜버 '리뷰엉이'가 '우주고양이 김춘삼'을 저격한 동영상 일부를 캡쳐한 사진. 왼쪽이 '리뷰엉이'가 제작한 동영상의 제목과 썸네일 사진이고 오른쪽이 '우주고양이 김춘삼'이 제작한 동영상의 제목과 썸네일이다.

"한 남자가 도둑질하는 법에 대해 당당히 밝히며 인터뷰하고 있다. 도둑질 노하우를 강연하고 다니며 후학 도둑들을 양성하고 돈도 번다."

지난 15일 구독자 수 138만명에 이르는 과학·영화 유튜버 '리뷰엉이'가 자신의 채널을 통해 공개 저격 동영상을 게재했다. '우주고양이 김춘삼'(이하 우주고양이)이라는 채널이 자신의 동영상을 어떻게 베꼈는지를 비판한 것이다.

"AI로 동영상 검색, 음원추출해서 대본 표절... 공장형 유튜브 가능"
'리뷰엉이'는 '신사임당'이라는 이름으로 재테크 전문 유튜버로 활동했던 주언규 PD의 채널에 '우주고양이'가 출연한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영상에서는 '우주고양이'가 직접 어떻게 여러 편의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상에서 '우주고양이'는 "우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동영상을 만드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논문을 실제로 읽어봤는데 너무 어렵고 읽을 수가 없어서 요약본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우주고양이'가 말한 '요약본'이란 해당 과학관련 논문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만든 인기 유튜버들의 동영상이다. '우주고양이'는 '노아'라는 AI(인공지능)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하고자 하는 동영상의 주제를 검색, 인기 동영상을 찾아내고 유튜브 동영상에서 음원을 추출하는 사이트를 통해 음원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 이렇게 내려받은 음원파일은 네이버가 만든 음성인식 및 녹취추출 AI 프로그램인 '클로바노트'로 대본을 추출한다. 문장을 더 주목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뤼튼'이라는 AI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이 중 '노아'라는 프로그램은 주언규PD가 또 다른 유튜버와 함께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의 오픈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인기 동영상의 채널 및 해당 채널의 구독자 수, 조회수 등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렇게 동영상을 만들며 '우주고양이'가 거둔 유튜브 운영 수익은 월 3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증거 동영상에서 '우주고양이'는 주PD에게 "(이렇게 하면) 유튜브 채널을 3~4개 만들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라며 "약간 (유튜브) 공장처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뷰엉이'는 "저는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초전도체 '언옵테늄'에 대해 (동영상으로) 설명하려고 시중에 나온 전자기학 도서를 사와서 공부하고 백과사전·논문까지 무조건 찾아본다"며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야 하는 과정에 제일 오래 걸리고 가장 어렵다. 공부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다.

또 "'우주고양이의 전략은 지금 그대로 이행되고 있는데 22년 12월부터 23년 1월까지 갑자기 과학 유튜브 채널들이 갑자기 우후죽순 10개 이상 생겨났다"며 "다들 똑같이 다른 과학 유튜버들의 동영상을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고 있다. 진짜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16일 오후 3시 현재 '우주고양이 김춘삼' 채널은 모든 동영상이 삭제된 상태로 공란으로만 남아 있다. 주언규 PD도 전일 "이번 문제는 단순한 출연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고양이) 김춘삼님의 잘못은 저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저도 자숙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죄송하다"고 사과 글을 올렸다. 또 "'우주고양이'님은 제게 강의를 듣고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후 저보다 더 빠르게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게 됐다는 말을 듣고 제 채널에서 제가 모르는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래서 문제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 외 분야에서도 표절 만연, "저작권법·부정경쟁방지법 등 저촉 소지"
유튜브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크리에이터나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 사실을 신고할 때 충분한 증거가 뒷받침됐다고 판단될 때 해당 동영상을 삭제한다. 삭제 이후 추가로 원 저작권자의 동영상과 유사한 동영상이 올라올 경우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한을 원 저작자에게 부여한다.

원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당한 동영상에 대해 즉각 삭제 또는 그대로 존속하도록 놔두는 등 여러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 타인이 도용한 동영상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수익이 원 저작권자에 귀속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리뷰엉이' 외에도 '긱블' '지식인 미나니' '검정복숭아' 등이 동영상 표절 피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뷰엉이'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저격영상이 나간 후 과학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튜버들에게서 '자신들도 표절 피해를 받았다'는 제보를 수차 받았다"며 "과학 분야 외에도 유튜브 전반에서 이같은 표절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들 제작자들은 구글에 해당 동영상 채널들을 신고조치한 상태다. 구글도 이들 크리에이터 채널들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조치들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독자 약 3만명인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운영자 고윤기 변호사(로펌고우)는 이번 논란에 대해 "유튜브 제작자가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에 해당하는 논문 등 자료를 찾아서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편집한 영상은 영상 자체가 영상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고 스크립트 등 글은 어문 저작물에 해당될 수 있으며 사용된 사진은 사진 저작물에 해당될 수 있다"며 "해당 영상의 구성과 배열 자체가 저작권법상의 편집 저작물에 해당될 수 있다"고 했다.

고 변호사는 "이같은 과학 유튜브 영상을 근거로 언어적 표현을 조금 달리하고 삽입된 사진이나 그림을, 유사하지만 다른 그림으로 대체한 모방 유튜브 영상은 어문 저작물이나 사진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피해가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특히 편집 저작물로서의 독창적 배열과 편집을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위로 포섭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저작권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경우 각 법률에서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어 이를 근거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손해액 증명 책임 등과 관련해서는 민법상 손해배상보다 저작권법·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저작권자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유튜버로서 굉장히 불쾌한 상황"이라며 "법적 문제가 없다더라도 이같은 카피캣을 그대로 둔다면 유튜브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유튜브 측에서 채널 삭제나 영구 채널 개설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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